[사설] 명문 대원외고의 불명예
입력 2010-04-04 18:04
교육계의 비리가 덩굴처럼 불거져 나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내 최고의 명문학교인 대원외고에서 불법 찬조금을 거둔 사실이 밝혀졌다. 대원외고가 어떤 학교인가. 최근 10년간 법조인 배출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데서 보듯 우리나라 엘리트 배출의 산실이다. 같은 기간에 해외 명문대에 600명 이상을 진학시킨 한국의 간판 학교다.
이런 학교가 불법 찬조금 때문에 이사장이 해임요구를 받고 교사 전원이 처벌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시 교육청 감사 결과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21억2000여만원의 불법 찬조금을 거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학생 1인당 한 해에 80만원에서 많게는 160여만원을 낸 셈이다.
규모도 놀랍지만 사용내역을 보면 교육자 사회의 도덕 불감증을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찬조금 중 3억원을 교사 회식비, 스승의 날과 명절 선물, 회식비 명목으로 사용함으로써 교사 1인당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의 돈을 챙겼다. 1000만원 이상 금품과 식사 제공을 받은 교사가 5명, 300만원 이상은 30명에 이른다. 그렇다고 의혹이 말끔히 해소된 것도 아니다. ‘학부모 자체 모임경비’로 9억4748만원을 썼다는 발표를 누가 믿을 것이며, 대학과의 연관성이 높아 보이는 ‘대학 관계자 유지비’ 항목 또한 공개하지 않았다.
불법 찬조금은 대원외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당수 학교에서 이뤄지는 병폐다. 많은 학부모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자녀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염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하고 있을 뿐이다. 학교발전기금과 불법찬조금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 학부모 모임의 활동도 문제다.
교육당국이 불법 찬조금 근절 의지가 있다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대원외고는 2006년에도 찬조금을 청소비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어 감사의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사안이 감사권의 범위를 넘어서면 수사당국으로 넘겨야 하는 데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니 비슷한 비리가 반복되고, 급기야 시민단체로부터 부실감사 혐의로 고발 당하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