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홍은혜 (1) “천안함 실종자는 제 자식들” 매일 눈물 쏟으며 간절한 기도
입력 2010-04-04 17:29
눈물만 난다. 조금 전에도 한참 울었다. 눈만 뜨면 하나님만 찾게 된다.
“나사로를 살리신 주님, 죽은 지 3일 만에 부활하신 주님… 차디찬 바닷속에 있을 우리 45명의 해군, 제 자식들 좀 살려주세요.” 매일같이 얼마나 눈물을 쏟으며 부르짖었는지 모른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의 심정을 어찌 말로 표현하리. 내 가슴도 이렇게 먹먹한데 말이다. 그러나 그 가족들에게 더 늦기 전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여러분, 하나님을 믿으세요. 사랑의 주님을 만나세요.”
부디 빠른 시간 내에 수색작업이 완료되어 절규하는 실종자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시름을 거둘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내 나이 올해로 아흔 네 살이다. 집 앞에 있는 해군중앙교회 원로권사로 매 주일 출석해 예배 드리고, 매주 금요일 새벽에는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리는 예비역 기독군인연합회 ‘고넬료회’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한다. 서예를 배워 성경말씀을 쓰고 그림도 그리며,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한다. 나는 그렇게 시간을 보낼 줄 알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나를 전하라.”
“아니 주님, 저는 나이가 많아 혼자 다니기도 힘들어요. 그런데 제가 주님을 어찌 전합니까? 그런 말씀 하지도 마세요.” 정말 이렇게라도 손사래를 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계속 ‘거룩한 부담’을 안겨주셨다. 그럼 주님을 어떤 식으로 전할까? 그때 기도 가운데 얻은 결론이 바로 문서(책)를 통해 이 세상에 믿음의 간증을 남겨보자는 것이었다.
20여 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을 창설하고 초대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남편 손원일 제독의 회고록 ‘우리들은 이 바다 위해’를 출간했다. 회고록 안에는 손 제독의 아버지이자 시아버지인 손정도 목사님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했다. 손 목사님은 정동제일교회 목회자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으로 활동하셨던 독립운동가로서 ‘하나님 사랑, 나라 사랑’을 늘 외치셨던 분이다. 아버지의 품성을 물려받은 남편도 ‘하나님 사랑, 나라 사랑’의 열정을 후배들에게 가르쳤다. 그 회고록을 토대로 5개월여에 걸쳐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신앙고백서 ‘은혜의 항해’를 내놓았다.
이번엔 국민일보 독자들과 만난다. 주님은 또 어떤 모양으로 이 노구를 들어 사용하실까. 마지막 간증이 될지도 모르는데, 이 지면을 통해 더 큰 은혜를 함께 나누길 간절히 기대한다.
◇약력=1917년 마산 출생, 이화여전 음악과 졸업, 39년 손원일 제독과 결혼, 6·25 전쟁 후 해군부인회장 활동, 83년 제15회 신사임당상 수상, 2003년 국제미술전람회 특선, 2009년 해군으로부터 공로패 수여, 2010년 ‘은혜의 항해’(토기장이) 출간, 해군중앙교회 원로권사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