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천안함 낡지 않은 중간급…피로 파괴 가능성 낮다”
입력 2010-04-03 01:04
국회는 2일 해군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해 긴급 현안질문을 갖고 정운찬 국무총리와 김태영 국방장관을 상대로 사고 원인을 집중 추궁했다. 야당 의원들은 더디게 진행되는 실종자 구조작업을 문제 삼으며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정부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치열한 설전이 오갔지만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북한 잠수정과의 연관성=김 장관은 “북측 군항 1곳 중 잠수함 2척이 보이지 않았지만 (천안함 침몰과 관련이 있다는) 확실한 징후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적의 침투가 문제여서 잠수함 및 잠수정을 철저히 감시하기 위해 완벽한 추적은 불가능하지만 계속 추적하고 있다”며 “24일부터 27일까지 확실히 2척이 안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직접 연관성은 약하다고 했다.
김 장관은 천안함 함장이 폭발 직후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첫 보고를 할 당시 ‘피격 당했다’고 보고한 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말실수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표현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초기단계에서 정보가 충분치 않아 보고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답했다. 피로 파괴 가능성에 대해 “천안함은 1988년에 만든 함정이지만 피로 파괴될 정도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 장관은 “천안함은 우리 군함 중에서 낡은 것이 아니고 중간급 이상의 함정”이라고 덧붙였다.
“교신일지 공개 못해”=김 장관은 천안함과 제2함대의 교신 자료 공개는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제2함대가 모든 함정을 통제해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교신을 한다”며 “다른 부대와의 교신도 포함돼 있어 (공개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장관은 “일부 국회의원이 꼭 보셔야 한다면 보여드릴 수 있겠다”며 전면 공개 대신 제한적 공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교신 자료, 열상감지장비(TOD)는 군가기밀로 국가안보에 위해가 된다면 차라리 (공개를) 못한다고 설명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도 “차라리 안 보여드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군을 운용하는 방안, 기술 등이 국민뿐만 아니라 교전상대인 북한에도 노출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종자 구조작업 설전=김 장관은 현재 실종자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선미에 산소 공급이 잘되고 있지 않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24개조 48명이 구조 잠수를 하고 있지만 한 번에 단 두 명이 5∼6분 (잠수)하는 게 전부”라며 질타했다. 김 장관은 “너무 섭섭한 말씀이다. 마음 같으면 전 인원을 바다에 처박아서라도 (구조작업을) 하고 싶다. 저도 살리고 싶어 죽겠다”며 강변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이 감압 챔버 문제를 지적하자 김 장관은 “현재 갖고 있는 챔버로 동시에 (잠수병) 20명을 치료할 수 있다”며 “작전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최근 한 언론이 실종자 4명의 시신을 찾았다는 보도를 한 데 대해 “보도 당일 즉시 해당 기자와 부장에게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설명했다”고 밝혔다.
야당, 정부 책임 추궁=야당 의원들은 정 총리와 김 장관을 몰아세우며 책임을 추궁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천안함의 레이더 화면 5개 중 1개가 전술지휘통제체제(KNTDS) 시스템에 의해 해군작전사령부 등과 연결돼 있는데 (사고 직후) 통신이 두절되면서 레이더도 중단됐다”며 “그 시간이 사고 시간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부터 이를 확인했다면 정확한 사고 시간을 발표할 수 있었을 텐데, 자꾸 시간을 바꾸니 국민들이 해군과 국방부의 위기관리대응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 의원은 이어 정 총리를 향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정 총리는 “(원인 등이) 확인이 되고 총리가 사과해야 한다면, 사과하겠다”며 버텼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청와대와 군의 말이 다르고 소설을 쓰는 이유는 4월에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제보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정 총리는 “이번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 입장과 남북정상회담은 전혀 관련이 없다”며 “우리는 6자회담 당사국, G20 정상회의 당사국으로 책임 있게 행동하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국민은 군대도 안 다녀온 대통령과 총리, 대통령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공격했고, 정 총리는 “국군 통수권자에 대한 결례”라며 맞받았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