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총 받는 美공화… 기부자에 부적절한 향응, 안내장엔 음란전화 번호
입력 2010-04-02 19:09
미국 공화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향응 사건에 이어 정치 헌금 모금 안내장에 부적절한 전화번호가 발송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11월 중간선거의 최대 악재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RNC는 지난 1월 로스앤젤레스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젊은 정치자금 기부자들을 접대하고 밥값 명목으로 2000달러를 지출했다. 문제는 접대 장소가 유명 스트립 클럽이어서 비윤리적 접대까지 이뤄졌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RNC가 기부금 모집을 위해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에 워싱턴 지역 번호인 202 대신 음란 전화번호 앞에 붙는 800이 들어간 사실까지 전해졌다.
이에 공화당 우호 단체들이 줄지어 비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보수단체인 ‘가족연구회(FRC)’ 토니 퍼킨스 회장은 1일 웹사이트를 통해 “만약 정치적 기부를 하고 싶다면 RNC에 내지 말고, 자신의 신념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특정후보에게 직접 기부금을 내도록 하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RNC가 공화당의 가치를 저버렸다는 논리를 곁들였다.
공화당의 릭 센토럼 전 상원의원과 페니 낸스 ‘미국을 위한 보수여성단체(CWA)’ 회장 등은 “RNC가 보수진영과 공화당을 대변하려면 도덕적, 윤리적으로 모든 방면에서 진짜 보수주의자로서 행동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RNC 주최 기부금 모집 행사에서 자신을 초청자 명단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RNC는 문제의 젊은 기부자 모집 운동인 ‘영 이글스’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기로 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내세우는 가치인 도덕성에서 타격을 받음으로써 당분간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