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중국 방문했나] 압록강철교 밑 일반인 통행 철저히 통제… 단둥 등 경계 강화
입력 2010-04-02 19:07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방중 시 특별열차가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주요 지역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신의주 접경 지역인 단둥(丹東)은 2일 초긴장 상태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북한의 기관원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중국 공안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역 주변 시설에 대한 보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단둥과 연계된 압록강철교는 이날도 보수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철길 주변 화단 등의 단장 작업도 한창이다. 김 위원장 방중을 겨냥한 것이란 소문들이 있다.
압록강철교 밑 둔치는 일반인의 통행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모습이다. 현지 한국 교민들은 물론 북한에서 온 사업가들, 중국인 상인들까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소식통은 “뭔가 평시와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통상 새벽이나 밤에 다니던 화물열차가 이날은 오전에 두 차례 오가자 김 위원장이 탄 열차가 이날 밤 통과하기 위해 밤에 통제되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압록강철교가 내려다보이는 중롄(中連)호텔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진으로 붐비고 있다. 특히 TV 카메라는 망원렌즈를 동원, 특별열차를 촬영하기 위해 24시간 철교 쪽을 내려보고 있다.
베이징에서도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이 조금씩 포착되고 있다. 먼저 김 위원장 방중 때문인지 중국 최고위 지도부는 모두 베이징을 떠나지 않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북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일정을 모두 끝내고 지난달 31일 귀국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은 5일 이전까지 해외 순방 등 별도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2006년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을 모두 만난 것을 감안하면 그의 방중이 임박했다는 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할 경우 도착할 가능성이 있는 베이징역은 공안차량 10여대와 함께 탐지견(探知犬)까지 눈에 띄었다. 베이징역은 유동인구가 많아 도착지를 베이징 남역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베이징 남역도 평시와 달리 경찰과 탐지견이 역 구내까지 돌아다니며 보안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에서 열차 폭탄 테러가 발생한 이후 중국이 지하철과 열차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중 북한 대사관은 입구 철문이 굳게 닫힌 채 보안요원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 방중 연기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정이 이미 드러난 상황에서 방중을 강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과 함께 건강 때문에 포기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중국 청명절 연휴가 3일 시작되고,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9일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김 위원장 방중설을 가장 많이 보도하며 열을 올렸던 일본 매체들도 의외로 차분하다. 일본 언론 가운데 TV 매체만 단둥을 찾았을 뿐 나머지 주요 언론사 취재진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