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경규, “참고 또 참고… 변한 내 모습 ‘남자의 자격’에 담아”
입력 2010-04-02 18:58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신념이 강해져요. 남의 얘기를 안 듣고. 고집이 세지고. 화가 많아지죠. 그게 몇 년 전 제 모습입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주변에 하나둘 사람이 떠나더군요. 어느 날 (이)윤석이에게 지적을 받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화를 참고. 또 참고… 그렇게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가감 없이 담긴 게 ‘남자의 자격’입니다.”
1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강단에 선 개그맨 이경규(50)는 ‘참을 인(忍)’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KBS 주말 예능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미션으로 다른 6명의 멤버와 함께 1일 강사가 된 것이다. 강연 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이경규는 ‘남자의 자격’의 인기 비결로 ‘출연진의 솔직함’을 꼽았다. 현재 ‘남자의 자격’은 시청률 20%를 웃돌며 ‘1박2일’과 함께 ‘해피선데이’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첫 방영된 지 1년 만에 이룬 쾌거다.
“공감대 형성이 주효했어요. 재미를 떠나서 우리들의 미션과 소소한 행동에 공감하는 것 같아요. 이윤석은 아프다고 골골대고, 김태원은 안 보인다며 안경을 들어서 글자를 보고, 또 잘 안 들린다면서 헤매요. 이런 모습을 숨기지 않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죠.”
1년 전만 해도 ‘남자의 자격’ 출연진 7명은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 당시 이경규는 프로그램의 연이은 실패로 위기에 빠져있었다. ‘왕년의 스타’ 김국진은 회복기에 있었고, ‘왕비호’ 윤형빈은 이제 막 날개를 펼치려는 신인이었다. 개그맨 이윤석은 버라이어티에서 묻혀온 캐릭터였고, 가수 김태원, 탤런트 이정진, 김성민 등은 예능에서는 변방의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점이 생겼다고 이경규는 분석했다.
“태원이는 작곡가이자 ‘부활’의 리더이고, 윤석이는 교수지요. 정진과 성민은 배우잖아요. 이처럼 예능인 이전에 각자 직업을 갖고 있어서 얘깃거리가 많습니다. (김)국진이도 사연이 많고 아픔도 많죠. 저 역시 영화 실패 등 이것저것 해왔고 인생경험이 풍부합니다. 이런 게 프로그램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은 것 같아요.”
웃음에 세월이 녹아있기 때문일까.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남자의 자격’의 열혈 팬이다. 이경규는 “특히 부인들이 ‘우리 남편이 녹화시켜놓고 볼 정도로 좋아한다’고 칭찬을 많이 한다. 프로그램 출발할 때부터 우리의 목표는 사십대부터 구십대까지의 중년과 노인층으로 정했다”라고 말했다.
예능 베테랑은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 다시 진화하고 있다. 야외 버라이어티를 싫어한다고 말해온 이경규는 “이제는 야외 녹화가 스튜디오 녹화보다 편하다”라고 말한다. 심지어 가장 해보고 싶은 미션은 국토순례다. 과거에 후배들이 내쳐졌다면 요즘은 주위로 몰려오는 점도 다른 점이다. 이경규는 “과거에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표현에 인색했다면, 이제는 말과 행동으로 후배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인터뷰 내내 주요 화제는 ‘남자의 자격’이었지만, 영화에 대한 질문을 빼놓자니 섭섭했다.
“영화요?기존에 공개된 ‘전국노래자랑’(가제)을 포함해 3편의 영화 중 한편을 올 연말 개봉할 예정입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