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 8일째 아직 희망의 끈 못버려… 일부 가족 탈진
입력 2010-04-02 22:40
2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내리쬐는 햇볕은 어느 때보다 따스했다. 며칠간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이 물러가자 실종자 가족들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일부 가족들은 “더 이상 우는 모습,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족대표 10명은 오전 9시 해군이 제공한 헬기를 타고 실종자 구조작업이 한창인 백령도 사고 현장으로 떠났다. 실종자가족협의회 이정국 대표는 “어제 날씨가 나빠 백령도에 가려던 계획이 취소돼 가족들 모두 걱정이 컸다”며 “날씨가 좋아져 현장에 가서 구조작업을 살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오후 8시에는 실종자 가족 44명이 해군 함정을 이용해 사고 현장으로 떠났다. 이들은 마지막 실종자가 발견될 때까지 현장에 남아 있기로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힘을 내고 있지만 생환소식을 기다리다 탈진하는 가족도 속출했다. 의료지원단을 2함대사령부에 파견한 경기도는 “2일까지 실종자 가족 47명이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함대사령부 인근 평택 안중백병원에도 지난달 30일부터 모두 8명의 실종자 가족이 진료를 받았고 1명이 입원해 있다.
가족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여러 곳에서 따뜻한 관심을 전달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일부 네티즌의 악의적인 댓글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많은 분이 우리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줘 큰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해군과 부대 관계자들의 지원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했다. 이 대표는 “해군이 생필품을 빠짐없이 지원해주고 부대 내 해군아파트 상가번영회도 약품을 보내주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도움만으로 불편 없이 지내고 있어 다른 도움은 특별히 필요하지 않다”며 “도움을 주고자 연락하는 많은 사람의 제의를 완곡하게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해군의 구조작업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천안함 함미에 공기가 주입된 이후 3일째 산소 투입이 중단되자 가족들은 “실종자를 사망자로 간주하고 사체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해군 특수전여단(UDT) 대원들이 다른 수색 작업을 수행해야 하고 산소를 주입한 곳에 실종자가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공기만 넣을 수는 없다”며 “지난달 30일 이후 산소통을 교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군은 지난달 29일 오후 8시15쯤 함미 굴뚝에 해당하는 ‘연돌’ 부분에 산소 1통을 주입했고, 다음날 오후 3시20분쯤 함미 왼쪽 승조원 식당 문에 산소 2통을 2차 주입했다.
해군이 주입한 산소통은 1통에 산소 120ℓ가 포함돼 실종자 1인이 약 5시간 호흡할 수 있는 분량이다. 만약 산소통을 주입한 공간에 여러 사람이 있을 경우 호흡 가능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해군은 산소통 교체 여부를 묻자 “계속 산소통을 갈아 끼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가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산소를 추가 주입하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비가 그치는 등 기상 조건이 완화된 2일에도 산소통 교체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는 더욱 거세졌다. 이 대표는 “해군 측에 산소통 교체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며 “잠수부가 기존 산소통에서 호스 연결 부위를 풀고 새 산소통을 연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10∼15분인데 어렵지 않은 작업을 왜 하지 않고 있느냐”고 말했다.평택=조국현 박유리 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