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웅 한주호 준위를 멀리 보내드리며
입력 2010-04-02 17:46
UDT의 영웅 고 한주호 준위가 오늘 영면에 들어간다. 그는 서해바다 천안호 침몰현장의 임무수행을 끝으로 조국을 위해 하루하루 힘겹게 내딛었던 특수전 군인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한 준위는 군인의 귀감이요 표상이었다. 그 어딘가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후배들을 위해 ‘노병’은 차갑고 어둡고 거센 물살을 거침없이 갈랐다.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도 아랑곳 않고, 주변의 만류를 뒤로 하고, 오직 눈에 어른거리는 수병들을 구하기 위해 깊은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끝내 실신했고 결국 차가운 시신이 되어 가족과 국민 곁에 누웠다.
한 준위는 1975년 하사로 임관해 꼬박 35년을 UDT, 즉 해군 특수전여단에서 근무했다. 그 가운데 18년을 교육훈련대 교관으로 일하며 수백 명의 특전요원을 길러냈다. 그는 스스로 최고의 특전요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청해부대 장병 중 최고령으로 소말리아에 파병돼 배 밑 검사와 이물질 제거 등 위험한 임무에 늘 앞장섰다. 그는 그렇게 대한민국 군인의 명예와 자부심을 높였다.
그를 보내는 길에는 많은 국민들이 함께했다. 성남 국군수도병원과 진해 해군기지사령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영웅을 기리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나흘 내내 끊이지 않았다.
일부 부적절한 조치와 행위가 고인에게 비례(非禮)를 저지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분향소를 찾아 별도로 무공훈장을 추서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당초 그에게 추서한 보국훈장 광복장은 장기근속 군인에게 관행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을 분노케 했다. 또 일부 정치인들이 빈소 앞에서 화환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것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
목숨 바쳐 구하고자 했던 46명의 수병을 끝내 만나지 못한 채 한 준위는 오늘 우리 곁을 떠난다. 그는 먼저 하늘나라로 가지만 국민 가슴속에 영원히 참 군인의 정신을 가르치고 심어줄 것이다. 후배 장병들은 이런 선배가 있었음을 늘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UDT의 전설이며 대한민국 영웅인 한주호 준위! 편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