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강산면회소를 강탈해 어쩌겠다고
입력 2010-04-02 17:46
금강산·개성 관광 문제를 둘러싼 북한의 생떼가 가관이다. 이번에는 우리 정부 소유의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동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북측 관계자가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금강산 관광지구 안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거나 임대한 남측 관계자들을 금강산으로 불러 부동산 조사를 실시하면서 이렇게 언급했다고 한다. 지난달 18일 조사 입회에 불응하면 부동산을 몰수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남측 정부 당국자가 입회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결 수순을 밟겠다는 게 북측 주장이다.
2008년 지하 1층, 지상 12층으로 지어진 이산가족면회소는 말 그대로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상봉하는 장소다. 금강산 관광과는 무관한 시설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금강산 관광지구 안에 있고, 남측 정부가 자기들 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동결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금강산·개성 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일 것이나 치졸하기 짝이 없다.
남측 정부 소유 건물을 동결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만의 하나 북한이 이산가족면회소를 몰수한다면 이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남북 합의를 위배하고 국제 규범과 관례에도 어긋나는 일방적 조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외자 유치가 더욱 어려워져 결국 북한 경제에 치명타를 입히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도 보류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조만간 이산가족면회소 시설을 관리하는 남측 인력을 추방하는 등의 후속 조치들을 하나하나 취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남측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일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관광 재개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파국으로 가는 길이다. 외화벌이가 시급한 북한 입장에서도 실익이 없는 행동이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남측 관광객들이 금강산과 개성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갈버릇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남측 당국자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관광객 안전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