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헛 돈만 쏟아부은 영어 말하기 교육
입력 2010-04-02 17:45
대표적 영어능력 평가 시험인 토플(TOEFL)에서 한국인 성적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어학원이 토플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교육평가원(ETS)의 2009년 성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iBT(internet-Based Toefl) 성적은 120점 만점에 평균 81점이었다. 157개 국가 중 71위다. 2006년 평균 점수 72점에 111위였던 데 비하면 괄목할 만한 향상이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외국어 학습의 핵심이랄 수 있는 말하기 영역 점수가 형편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읽기 21점, 듣기 20점, 쓰기 21점은 전 세계 평균 점수보다 높았지만 말하기는 19점으로 전 세계 평균 점수 19.7점보다 낮았다. 국가 순위가 121위일 정도로 나쁜 점수다.
이런 결과는 한국의 영어 교육이 문제투성이임을 보여준다. 여전히 독해와 문법 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매년 어마어마한 돈을 영어 사교육에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영어 사교육비는 7조원대에 이른다. 해외 영어연수 등에 쓰는 돈까지 합치면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영어 사교육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지출하면서도 말하기 능력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최근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급속히 높아지고 다른 나라와의 민간 교류도 대폭 확대되는 추세여서 국가 영어 경쟁력 향상은 더욱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기형적인 영어 능력을 바로잡으려면 무엇보다 공교육에서 영어 말하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싱가포르 학생들이 아시아권 최고의 영어 실력을 유지하는 것은 학교 내에 영어로 듣고 말하는 환경이 잘 조성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더욱이 학교 밖에서 영어를 접하는 기회가 희소하므로 학교 내에서 말하기 교육을 충실히 하는 수밖에 없다.
영어 학습에 그만큼 많은 돈을 들이고도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할 수 없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문법과 독해 위주의 교육 틀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것이 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