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방성대곡의 리더십

입력 2010-04-02 17:42

요셉은 울고 또 울었다. 방성대곡했다.



성경 창세기 요셉의 이야기에서 가장 극적인 것은 그가 자신을 버린 형제들을 만나는 장면이다. 이집트의 총리대신이 된 요셉은 극심한 흉년으로 곡식을 꾸러 온 형들을 보고 울었다. 형들은 그에게는 결코 잊지 못할 ‘원수’ 같은 존재였다. 그 형들이 찾아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가운데 곡식을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울었다.

마침내 요셉은 형들에게 정체를 밝혔다. “내가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리고 형들을 안심시킨다. “걱정하지 마세요. 자책하지도 마십시오. 나를 이리로 보낸 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하나님입니다.” 요셉과 형들은 부둥켜안고 울었다. 서로 방성대곡했다. 그것으로 오랜 기간 그들을 얽매었던 원망과 비탄, 복수심, 자책은 사라졌다. 형제의 정은 다시 살아났다. 그것은 요셉 가문의 부활이었다.

요셉은 맏아들의 이름을 ‘므낫세’로 지었다. ‘잊게 하다’는 의미다. 그 역시 인간이었다. 복수심으로 불탄 불면의 날 동안 그는 수없이 므낫세를 되뇌었을 것이다. 원망으로 자신을 파멸시키지 않았다. 그의 둘째아들 이름은 ‘에브라임’이다. ‘갑절로 열매 맺다’는 뜻이다. 하나님이 모든 고난을 잊게 하여 주시고, 번성케 해 주신다는 믿음이 아들들의 이름 속에 들어 있었다.

요셉은 ‘방성대곡의 리더십’을 보였다. 원수와도 함께 울면서 모든 것을 용해시켜 버린 그의 방성대곡의 리더십이야말로 수천 년의 시간을 지나 지금까지도 요셉이라는 이름이 회자되게 만든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리더십이 바로 방성대곡의 리더십이다. 함께 울어야 한다. 원수와 울면서 모든 것을 용해시킨 요셉과 같이 서로 만나 방성대곡을 할 때 문제가 풀어질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만나서 방성대곡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 둘이 함께 고 한주호 준위 빈소에서 유가족들과 꺼이꺼이 운다면 그 모습을 보고 수많은 국민들이 눈시울을 적시리라.

지금 도처에서 민초들의 방성대곡 소리가 들린다. 그들이 설움에 겨워 울고 있다. 이제 리더들이 방성대곡할 때다. 방성대곡의 리더십을 보이라.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