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날 버렸어도… 놓지 않은 삶의 희망가
입력 2010-04-02 17:37
‘오송회 사건’ 연루 강상기 시인 세 번째 시집 ‘와와쏴쏴’
‘오송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뤘던 시인 강상기(64·사진)의 세 번째 시집 ‘와와쏴쏴’(시와에세이)가 출간됐다.
강 시인은 1982년 군산 제일고등학교 재직 중 ‘오송회 사건’으로 이광웅 시인(작고) 등과 함께 구속돼 교단에서 해직됐다. 17년 간 교단에 돌아가지 못하다 98년에야 복직했고, 지난해 퇴직했다. ‘오송회 사건’은 전두환 정권 시절 대표적 공안 조작 사건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 25일 관련자 전원이 2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한(恨)이 철철 넘치는 게 당연하지만 강상기의 시는 희망과 생에 대한 찬사가 담겨 있다. “이 작은 꽃등 하나/ 세상의 어둠/ 환히 밝히며/ 살 수 있거늘”(‘패랭이꽃’ 전문)
“눈도 없는 것이 귀도 없는 것이 코도 없는 것이/ 길쭉한 몸통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일은 위대하다/ 네 작은 힘으로 더러운 것 해치우고 깨끗한 세상 만들고자/ 네가 우는 것은 너를 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우는 것이다”(‘지렁이’ 전문) 그는 패랭이꽃에게도 희망을 걸고, 지렁이게에서도 위대함을 발견한다.
씨앗이 되고, 진달래 참나무 토란잎이 돼 희망의 생을 노래한다. 부귀와 권력 등 세속적인 탐욕의 헛됨을 상기시킨다.
“네가 바위에 이름을 새긴다 한들/ 영원하겠느냐”(‘존재’ 중) “당신은 비워서 편안하고 나는 채워서 더욱 고단합니다”(‘술병’ 중)
그의 시가 그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달도 없고/ 손가락도 없다”(‘그믐밤’ 중)는 온갖 평지풍파를 겪 은 시인의 자화상이며, “전기 고문에/ 부들부들 떨던/ 나”(‘별똥’ 중)는 지울 수 없는 시인의 상처를 보여준다. 이러한 고통을 딛고 섰기에 그가 노래하는 희망은 더욱 울림이 크다. “나는 이목구비 뒤에 숨은 변하지 않는 본질을 살피고자 했다. 단어와 단어 사이 침묵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 깨달음으로 시를 썼다”(‘시인의 말’ 중)
국가의 폭압 속에서 세월을 견디며 미움이 아닌 창조적 상생의 정신이 사는 길임을 몸으로 배운 시인의 시 한 줄, 한 줄은 단단하고 정갈하다.
양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