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목숨 걸고 나서는 해군 잠수요원들 감압병 외 공기 색전증 등 시달려

입력 2010-04-02 17:46


침몰한 천안함의 함미(배 뒷부분)에 매몰된 것으로 알려진 해군 장병들을 구조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구조에 나섰던 베테랑 해군 잠수 요원이 45m 심해 속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사인은 흔히 ‘잠수병’으로 불리는 ‘감압병(Decompression Sickness)’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잠수를 해서 물 속으로 내려가거나 올라올 때 압력의 변화로 인해 생기는 신체 증상이 잠수병 뿐일까.

잠수의학 전문가들은 감압병 외에 ‘공기 색전증’과 중이(中耳), 위장관 등에 ‘압력 손상(Barotrauma)’ 또한 스쿠버 다이버들이 많이 경험하는 병이라고 말한다. 특히 공기 색전증은 발생 빈도는 낮지만 감압병과 함께 생명에 영향을 주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공기 색전증은 급한 상승 과정에서 기도나 폐에 있어야 할 공기의 부피가 늘어나면서 호흡에 의해 인체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공기 방울 형태로 커져 관상동맥, 뇌혈관, 사지 혈관 등을 막는 증상이다.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의학과 박승민 교수는 “특히 호흡을 억지로 참은 상태에서 급하게 상승을 시도할 때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상승을 마친 후 수면에서 즉시 발생하며 입으로 피를 흘리며 기절할 수 있다. 공기 방울이 뇌로 들어가면 현기증, 의식상실, 경련 등 치명적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또 수중에 들어갔을 때 인체의 자연적 혹은 인공적인 ‘공기 공간’에 수압의 물리적인 영향에 의해 발생하는 ‘압력 손상’도 심각성은 덜 하지만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액체 속에 잠겨있는 인체나 물체가 물이나 액체의 무게로 인해 받는 압력(정수압)은 수심이 깊어질수록 증가한다. 대개 수심 10.1m가 깊어짐에 따라 1기압씩 증가한다. 천안함 함미의 경우 수심 45m 깊이에 가라앉아 있는 만큼, 4∼5기압 정도의 수압이 작용하는 셈이다. 만일 1기압인 해수면에서 부피 10ℓ의 공기를 물속으로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수심 10m에서는 부피가 절반인 5ℓ로 줄어들고, 수심 40m에선 5분의 1(2ℓ)로 쪼그라들게 된다.

영남대 의대 이비인후과 윤석근 교수는 “이렇게 되면 중이나 내이, 외이, 부비동, 위장관 등 인체내에 생긴 자연적인 공기 공간이나 콘택트 렌즈, 마스크, 잠수복 착용 등으로 생긴 인위적 공기 공간에 압력을 주어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특히 잠수와 관련된 의학적 문제의 절반 이상은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