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없어도 공간 좁아도 녹색 식물 넉넉히 심는다
입력 2010-04-02 17:47
5일은 식목일, 나무 심는 날이다. 식목일을 앞둔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우리 집을 녹색으로 꾸며보면 어떨까. “땅 한뼘 없는 집, 어디에 나무를 심느냐”고 타박부터 하지는 말자. 그릇을 올려놓을 공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름 하여 손바닥정원.
신구대학 원예디자인과 왕경희 교수는 “거실에서 신문지 한 장 펴놓고 아이들과 함께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손바닥정원”이라며 “식물 흙 화분 등을 싸게 살 수 있는 나무시장으로 가족 봄나들이를 가보라”고 권한다.
손바닥정원의 장점은 땅이 없어도 되고, 공간도 적게 차지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 곁에 가까이 둘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베란다에 정원을 꾸미는데, 이는 그저 눈만 즐겁게 해줄 뿐이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신선한 산소를 내뿜고, 새집증후군의 주범인 포름알데히드 등을 흡수하는 천연공기청정기다. 또 겨울에는 습도를 조절해주고, 여름에는 실내온도를 1∼3도까지 낮춰 준다. 거실 침실 서재 주방 등에 놓아둘 수 있는 손바닥 정원은 이런 이점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
손바닥정원을 만들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으로 왕 교수는 “식물의 성격을 파악해 비슷한 것끼리 모아 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같이 심으면 어느 한쪽은 마르거나 물러서 죽는다. 또 햇볕을 즐기는 식물과 햇볕과 친하지 않은 식물을 함께 심어도 어느 한쪽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한 10년쯤 같이 산 배우자 성격도 헷갈리는데, 말도 못하는 식물의 성격을 어떻게 아냐고? 화초를 살 때 주인에게 물어보면 되지만, 잎의 생김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산세베리아 다육식물 등 매끈하고 두툼한 잎을 가진 식물은 물을 싫어하고, 바이올렛 애기눈물 등 보송보송하고 얇은 잎을 가직 식물은 물을 좋아한다고 보면 된다. 또 스킨답서스처럼 잎이 큰 것은 음지에서도 잘 자라고, 푸밀라 등 잎이 작은 것은 햇볕을 봐야 잘 자란다.
식물을 심는 흙도 성격에 따라 고르면 된다. 물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마사토를 주로 쓰고, 물을 좋아하는 것은 마사토와 배양토를 섞어 쓴다. 플라스틱 화분에 들어 있는 식물을 화기에 옮겨 심을 때는 갓난아기 다루듯 해야 한다. 식물을 꺼내 살살 흙을 털어내 뿌리의 기공을 열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각양각색의 식물을 어떻게 배열할지도 초보자들에겐 큰 고민이다. 왕 교수는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고 일러준다. 키가 큰 것은 가운데, 작은 것은 가장자리에 심고, 색상은 비슷한 것끼리 심으면 실패 염려가 적다. 또 넙적한 곳에 심을 때는 식물을 몇 군데 모아 심어주고 군데군데 공간을 남겨놓도록 한다. 이때 화산석 이끼 등을 공간에 배치하면 손바닥정원이 한결 아기자기해진다. 왕 교수는 “요즘은 비슷한 화기 두세 개에 식물을 심어 같이 놓는 것이 유행이어서 초보자들이 하기 쉽다”고 말했다. 한 화기에 한두 가지씩 심어 나란히 놓아두면 되므로 배열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왕 교수는 “손바닥정원을 만들었다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물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도 매일 주면 뿌리가 물을 흡수하지 않아 잘 자라지 않는다. 왕 교수는 “물을 좋아하는 식물도 화분 겉흙이 살짝 말랐을 때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식물을 살 때 3,4일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쯤 물을 주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면 그때쯤 화분 흙을 살펴본 다음 주면 된다. 집안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물을 싫어하는 식물은 화분 속흙까지 바싹 말랐을 때 줘야 한다.
왕 교수는 “집에서 쓰다가 이 빠진 뚝배기, 컵 같은 것을 이용하면 비용도 적게 들면서 오히려 멋스럽다”고 일러 준다. 그릇 등 물빠짐 구멍이 없는 곳에 심을 때는 바닥에 큰 돌이나 마사토를 깔아 주고, 물을 줄 때 너무 많이 주지 않도록 주의하면 된다.
꽃시장은 식목일을 앞둔 요즘이 가장 시끌벅적하다. 꼭 손바닥정원을 만들지 않아도 봄나들이 삼아 아이들과 함께 가볼만하다. 경기도의 과천 주암동 남서울화훼단지, 광명 노온사동 서서울화훼유통, 서울 우면동 과천화훼집하장, 양재동 화훼공판장, 진관외동 구파발 화훼단지가 대표적인 꽃 도매시장이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상가나 남대문 대도 꽃 상가는 주로 절화를 취급하지만 손바닥정원을 꾸밀만한 재료는 구할 수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