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일주일] “호스타고 천천히 천천히… 현재 여섯이야?”

입력 2010-04-02 00:16

해경은 지난달 26일 밤 천안함이 침몰하기 직전 급박했던 구조 상황을 담은 6분42초 분량의 동영상 파일 8개와 사진 3장을 1일 추가로 공개했다.

동영상은 고속단정에 타고 있던 경찰이 휴대용 캠코더로 담은 것이다. 이날 오후 10시15분부터 촬영된 동영상은 고무보트인 고속단정이 침몰하는 천안함과 해경 501함을 5차례 오가며 이뤄진 구조 작업 중 첫 번째 구조 활동을 담고 있다.

해경은 501함에서 고속단정을 내린 뒤 거센 파도와 짙은 어둠을 뚫고 천안함으로 접근했다. 오후 10시29분 고속단정이 천안함에 근접하자 고속단정과 501함 간 무전 교신은 바빠졌다.

“사람을 구조하면 본국으로 데려오기 바랍니다.”(501함)

“알파 수신 완료.”(고속단정)

서치라이트가 비춰지지 않으면 주변을 식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밤바다였다. 구조대원들의 목소리가 빨라졌다.

“스톱 스톱. 이쪽 이쪽 이쪽… 떠 있어요. 선수 선수 선수.”(고속단정)

충돌을 우려한 탓인지 구조에 나선 해경들의 갈라진 목소리는 더욱 다급해졌다.

“스톱 스톱 스톱! 어디, 어디, 어디? 저 뒤로? 저 뒤로 가라고. 뒤로 뒤로….”

고속단정이 함수 근처에 도착했지만 파도가 거세 선체에 가까이 가기가 쉽지 않았다. 천안함 선체는 이미 오른쪽으로 90도 정도 기울어져 있었고 레이더는 수면에 닿은 상태였다. 승조원들은 포탑과 물에 잠기지 않은 갑판 위에서 소리를 지르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조대원들의 목청은 더욱 높아졌다.

“(불빛) 저기 비추는 데 비추는 데… 호스 타고 호스 타고!” “천천히 천천히….”

“둘 넷 지금 여섯. 여섯이야 현재 여섯이야?”

해경은 고속단정으로 먼저 옮겨 태울 인원부터 점검했다. 그리고 탈출용 호스를 승조원들에게 집어던지며 본격적인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머리 머리 머리! 뒤에 뒤에… (머리) 숙여 숙여… 이쪽이야 받아 당겨.” “쭉쭉쭉 던지라고!”

천안함의 승조원들은 신속하게 고속단정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일행을 태운 고속단정은 501함과 다시 교신했다.

“사람 싣고 있습니다.”(고속단정)

“사람 싣고 빨리 대답 좀 해라, 대답 좀… 몇 명이나 실었어?”(해경 501함)

한 번에 구조할 수 있는 12명을 고속단정에 태우기까지 15분이 걸렸다. 고속단정은 서둘러 501함으로 돌아갔다. 승조원들이 하나씩 난간을 잡고 올라가 501함 갑판에 내리는 것을 확인한 고속단정은 곧바로 뱃머리를 되돌려 점점 침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함수쪽으로 향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