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는 내보내고 ‘패떴’은 취소… 왜?

입력 2010-04-01 21:45


TV에서 음악과 웃음이 지워졌다. ‘천안함 침몰 사태’에 닥쳐 지상파 방송 3사는 오는 4일 주말까지 오락·예능 프로그램을 대거 결방시키고 긴급편성으로 대체키로 했다. 방송사의 의도는 명확하다. 전 국민적 애도 물결에 동참하고 사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긴급편성의 원칙과 기준 등을 각 방송사 편성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스타킹’은 되고 ‘패떴2’는 안 되는 이유=방송3사는 음악 프로그램 방영을 일제히 중단했다. KBS 관계자는 “애도 기간에 음악을 틀고 축하무대를 펼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에 음악 공연 프로그램은 녹화도 방영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코미디 프로그램도 일제히 취소됐다. KBS ‘개그콘서트’ MBC ‘하땅사’ SBS ‘웃찾사’ 등 오락 기능이 명확한 코미디 프로그램은 애도 기간에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버라이어티다. 토크쇼, 리얼 버라이어티, 에듀테인먼트 등 예능 프로그램의 장르가 다양해 오락 기능의 정도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힘들다. SBS 주말 예능 ‘일요일이 좋다’는 결방되는데 토크 버라이어티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이나 간판 예능 ‘스타킹’은 정상 방영되는 것을 두고 시청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노영환 SBS 홍보팀장은 “‘스타킹’은 연예인 중심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자막이 현란하고 실없는 웃음을 유발하는 순수 오락 위주의 프로그램을 가려내려고 한다. 아무래도 경박하게 웃기거나 말장난 위주의 프로그램들이 우선적으로 결방된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떠들썩하거나 웃음만이 주 목적인 프로그램이 결방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반면 정보를 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스펀지 2.0’ 등)이나 차분한 분위기의 오락 프로그램(‘신기한TV 서프라이즈’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등은 정상 방송된다.

◇빈 자리에 다큐멘터리와 영화 선호=대체 편성물을 놓고 방송사들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MBC TV편성부 관계자는 “딱히 대체할만한 프로그램이 없어 고민이다. 주로 다큐멘터리나 공익성이 강한 예능 프로그램을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냥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보다 ‘단비’같은 순화된 예능 프로는 대체 편성물로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천안함 함몰 사태’의 추이에 따라서 특별 제작한 프로그램이나 뉴스 속보가 대신 방송된다. KBS는 “사고 원인 규명과 실종자 구조 상황에 맞게 특보와 특집 등을 신속히 편성한다”고 밝혔다.

긴급 사태에서 편성은 고무줄이다. 매일 오전에 각 방송사 팀장 급 이상 간부들은 회의를 통해 추가로 결방할 프로그램과 대체 프로그램을 논의한다. MBC TV편성부 관계자는 “‘무한도전’ 등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 여부는 조만간 회의를 통해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1일 밝혔다.

그렇다면 ‘긴급 편성 체제’는 언제까지 유지될까? SBS 편성 관계자는 “‘천안함 침몰 사태’가 매듭지어질 때까지 추모 분위기는 계속될 터다. 언제까지 가든 시청자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광고 매출 저하 등 타격이 심각하더라도 오락 프로그램 결방은 매일 논의될 것이다. 다음주 오락 프로그램 결방은 다음주 초에 다시 결정할 것”이라며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