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일주일] 기상악화 백령도 현지표정… 여객선 끊긴 장촌포구 인적 없어 적막감

입력 2010-04-01 18:57

천안함 침몰 일주일째를 맞은 1일 백령도는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오전에는 안개가 짙어 실종자를 수색하는 군함들도 잘 보이지 않았다.

사고 해역 인근인 장촌 포구에는 기상악화로 출항 금지를 알리는 붉은색 깃발이 내걸렸다. 장촌 포구에 있는 어선 11척을 비롯해 섬 전체 어선 70여척 모두 포구에 발이 묶였다. 인천과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 3척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사람들로 북적대던 용기포항도 인적이 뚝 끊겼다.

일부 주민은 포구에 나와 어선과 낚시 장비를 손질했다. 장촌 포구에서 망치를 들고 고기잡이 장비를 손보던 한 어민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선박을 정비해 놓아야 사고가 수습되면 바로 조업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포구 인근에 사는 일부 노인은 오른손에 지팡이, 왼손에 바구니를 들고 굴을 캐러 해안가로 향했다.

침몰 원인을 둘러싼 주민들의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고 해역은 까나리 어장이기 때문에 평소 천안함 같은 대형 군함은 잘 다니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다.

손동일(74·진촌리)씨는 “천안함이 사고 해역 인근에 며칠 동안 서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전에는 본 적이 없는데 왜 거기에 있었는지 이상하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지점 인근 중화포구에 사는 김모(37)씨는 “사고 하루 이틀 전 천안함이 근처를 왔다 갔다 했다”며 “어망이 설치되기 전에 사고해역을 다니는 전함을 이전에도 보기는 했다. 하지만 드문 일은 맞다”고 전했다.

사고 수습이 늦어지면서 어민 피해도 현실화됐다. 오는 10일을 전후로 까나리 그물을 쳐야 하는데 천안함 인양작업은 최소한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까나리 액젓은 백령도 특산품으로 상당수 어민의 주 수입원이다. 백령면은 두 달간 까나리 조업을 못할 경우 배 한척당 8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모(64)씨는 “까나리는 일년에 두 달 정도밖에 못 잡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며 “함수가 잠겨 있는 곳에 까나리가 많아 피해가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해양경찰청은 이날부터 사고 해역에서 약 24㎞ 떨어진 해상까지 수상탐색을 벌이는 등 광역수색체제로 전환했다. 지금까지 인근 해안에서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자 백령도 일대의 풍향과 조류를 고려해 먼 바다로 수색범위를 넓힌 것이다.

백령도=엄기영 정창교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