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일주일] 줄잇는 故 한준위 빈소… “숭고한 희생 존경스러워, 청해부대 근무 인연으로”
입력 2010-04-02 00:18
1일 고 한주호(53) 준위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종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조문객의 행렬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 인사와 군 관계자들,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31일부터 이틀간 조문객 숫자는 4500명을 넘어섰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 역대 해군참모총장들과 한미연합사 장성들이 다녀갔다. 특히 고인과 일면식도 없는 많은 시민들이 빈소를 찾아와 숭고한 희생을 애도했다.
김형아(40·여)씨는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는 민간보안업체에서 일하면서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청해부대를 만났다”며 “특별한 인연은 아니겠지만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애도하러 왔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온 장균임(50·여)씨는 “아버지도 육군 준위로 1979년에 순직하셔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오랫동안 한 준위의 희생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노병도 빈소를 찾아왔다. 김수철(77)씨는 오른쪽 다리를 절뚝이며 힘겹게 지팡이에 의지해 장례식장 언덕길을 올라왔다. 김씨는 “비가 오고 다리도 불편하지만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왔다”며 “참 군인의 정신을 기리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윤영하 소령과 박동혁 중사, 황도현 중사의 어머니들도 조용히 조문을 하고 돌아갔다.
고교생도 있었다. 성남 낙생고 2학년생인 김정윤(17)군은 “우리 아버지도 육군 중위 출신”이라며 “실종 장병들도 안타까운데 그들을 구조하려다 사망하셨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검은 코트를 입은 훤칠한 외국인도 조문행렬의 맨 뒤에 섰다. 외국인은 함께 온 한국인 친구에게 헌화를 대신 부탁하고 영정 앞까지는 가지 않았다. 외국인은 빈소 출입문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6개월 전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왔다는 시엘 바이엉(46)씨는 프랑스에서 22년 동안 해군에 복무했다. 바이엉씨는 “실종 장병을 구하려고 바다로 뛰어든 용감한 노병이 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을 만나기는 어색해 뒤로 물러나 있었다”며 “장례식장에 많은 꽃과 유명인사가 모이는 모습은 한국과 프랑스가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날 국군수도병원에서는 고인의 입관식이 엄수됐다. 고인의 관은 유족과 지인 3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극기로 덮였다. 한 준위의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에 해군장으로 치러진다.
성남=이경원 노석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