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일주일] 급박했던 당시 상황… 미확인 물체 포착→속초함 함포 발사→北 미그기 접근

입력 2010-04-01 21:32


해군 천안함 침몰 당시 군은 일차적으로 북한의 보복공격이라고 봤다.



군은 지난해 11월 2일 발생한 대청해전의 패배를 잊지 않고 있던 북한군이 어떤 형태로든 보복공격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간 경계를 강화해 왔다. 당시 북한 경비정은 우리 해군의 대응태세 등을 떠보기 위해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우리 측 고속정과 초계함의 집중적인 경고사격을 받고 큰 피해를 입은 채 퇴각했다.

26일 오후 9시. 천안함은 작전구역인 백령도 인근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해군은 대청해전 이후 북한의 해안포, 장사정포, 스틱스 등 지대함 미사일의 위협을 감안해 작전 구역의 기존 항로를 변경했다. 북한 포가 직접적인 공격을 할 수 없도록 백령도 인근이나 뒤편으로 돌아가는 방향을 선택했으며 함장 재량에 따라 항로변경이 가능토록 했다.

9시22분 원인미상 충격으로 천안함은 함수와 함미가 갈라지며 침몰했다. 이 소식은 함장 최원일 중령이 휴대전화로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 보고했다. 거의 비슷한 시각 함대사령부도 전술지휘통제체제(KNTDS)를 통해 천안함의 이상징후를 포착했고, 곧바로 전함대에 A급 해상경계령을 내렸다. 천안함과 함께 남쪽 49㎞ 지점에서 초계임무를 수행하던 속초함에도 즉시 북쪽을 경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동시에 NLL수역을 담당하는 서해안 공군 기지에서도 F-16 편대에 비상출격명령이 하달됐다. 아울러 공군 전 기지가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오후 10시55분쯤 속초함의 사격통제 레이더에 비상물체가 표시됐다. 점으로 표시된 물체의 속도는 42노트로 북한 반잠수정의 그것과 같았다. 함장은 상부에 수상한 물체 파악을 즉각 보고했고 김태영국방장관은 즉각 격파사격을 명령했다.

속초함 76㎜함포가 불을 뿜었다. 5분간 130여발을 쐈고, 레이더상 미확인물체는 빠른 속도로 NLL을 향해 이동했다. 함장은 “NLL을 넘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김 장관은 사격 중단을 명령했다. 그런데 물체의 동선이 이상했다. 고속으로 이동한 표적은 오후 11시5분 NLL을 넘어 북쪽으로 올라가 3분 뒤 없어졌다가, 11시9분 다시 나타났고 2분이 지나 북한 장산곶에서 완전 소멸됐다. 또 새떼의 움직임을 보여주듯 8자 모양으로 선회했다. 고속 항해 때 발생하는 물결도 나타나지 않았다. 최종 사라진 지점이 육지라는 점에서 군은 반잠수정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26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각, 이번엔 북한 평안도 공군기지에서 미그-29기 한 대가 이륙해 NLL 30㎞ 지점까지 접근했다. 즉각 우리 공군 편대가 대응 출격했고, 미그기는 한동안 선회하다 귀환했다. 천안함이 침몰하던 그날 밤, 남북한 군은 서해상에서 긴박하게 대치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