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일주일] 金국방 ‘미확인 물체’ 격파 지시했다

입력 2010-04-02 00:09

해군 천안함 침몰 직후 속초함의 발포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관계자는 1일 “서해안에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보고가 들어온 뒤 속초함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가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사격여부를 물어와 김 장관이 즉각 사격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정황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크게 무게를 뒀다”며 “적이 침투한 뒤 도주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속초함이 76㎜포를 130여발 발사한 것은 당시 함포 사격 대상을 북의 함정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인근은 남북 해군 간 3차례 교전이 있었던 지역과 가까운 데다,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이후 북한이 보복공격을 할 개연성이 높은 곳이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시작된 북한의 동계훈련은 예년과 달리 상당히 강화됐다”고 전했다. 해안포 노출 빈도가 늘었고, 황해도 태탄과 과일 등 북한 서해안 공군기지에 배치된 전투기의 출격횟수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군은 1월 27일 북방한계선(NLL) 인근으로 해안포 350여발을 발사,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군은 북한이 차츰 긴장 수위를 높여오는 상태를 주목해 왔다”며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문제 등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적잖은 좌절감과 불만을 느끼고 있는 점이 우려됐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천안함은 26일 오후 9시22분쯤 사고가 발생했으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오후 9시21분58초에 진도 1.4∼1.5 규모의 지진파를 탐지했다. 7∼8초간 계속된 지진파 규모는 TNT 170∼180㎏의 폭발력으로 해저에서 강력한 폭발 또는 충돌이 있었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지진파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한편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지진파가 감지됐기 때문에 폭발에 의한 사고이고, 개인적으로 기뢰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과거 우리 해군에 7차례의 기뢰사고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1970년대 북한군이 백령도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해군이) 폭뢰를 개조한 기뢰 100여발을 (서해에) 설치했는데,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이를 다 수거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한국군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노용택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