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대원들 불우 어린이들 10년간 도왔다

입력 2010-04-01 21:34

해군 천안함 대원들이 10년 동안 자발적인 모금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 온 사실이 밝혀졌다. 대원들은 ‘천안함’이라는 후원자명으로 충남 천안에 사는 10대 2명에게 614만8000원을 학비와 생활비로 지원했다. 이달부터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을 지원키로 했다.

1일 아동복지전문기관인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천안함 대원들은 지난달까지 천안시 광덕면에 사는 이모(19)양을 8년간 후원해 왔다. 천안함 대원들이 이양 남매와 처음 만난 것은 이양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2년 5월이다.

이양은 천안함 대원들과 편지를 주고받거나 직접 만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다. 대원들은 2004년 이양과 이양 오빠를 천안함으로 초대해 어렵지만 씩씩하게 살고 있는 남매를 격려했다. 2006년에는 대원 여러 명이 조부모와 살고 있는 이양의 집을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대원들로부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받던 이양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달 22일 천안에서 직장을 구했다. 이양은 이날 밤 늦게까지 침몰 사고를 당한 천안함 대원들이 어린 시절 많은 도움을 줬던 ‘군인 아저씨들’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양의 오빠 이모(26)씨는 “오늘 오후에야 어린이재단을 통해 천안함 사고가 동생을 도왔던 사람들에게 생긴 일이란 것을 알게 됐다”며 “나도 공익근무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데 지금 당장 (천안함 대원들을 도우러) 달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원들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도운 것은 2001년부터다. 당시 대원들은 월급을 모아 어려운 아이들을 돕자고 결의했고, 근무하는 천안함의 이름을 따라 천안지역 아이들을 돕기로 했다. 처음 후원했던 이모(당시 18세)군은 이들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