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이미 핵무기를 가진 북한” 공식석상 발언… 정책 변화 가능성
입력 2010-04-01 18:3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의지를 재확인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고위 관리들의 북한 핵보유국 인정 발언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추진 과정에서 북핵 등 한반도 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공식석상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 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 여부가 주목된다.
클린턴 장관은 30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외무장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미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같은 불량정권으로부터 오는 새로운 위협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 대해선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국가”라고 언급해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뉘앙스다. 제재 강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란에 대한 입장과 달리 북한에 대해선 다른 접근 방식을 구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클린턴 장관이 전문 외교관이 아닌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표현의 실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사실 미국 고위 관리들의 북한에 대한 핵보유국 인정 시사 발언은 클린턴 장관이 처음은 아니다. 매튜 버로우 미 국가정부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분석국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생산했는지는 모르지만,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은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명예 사무총장도 지난달 12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나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대(對) 한반도정책 전체를 수정해야 하는 중대 사안이라서 한국과의 사전 조율 없인 불가능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지난해 6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데니스 블레어 DNI국장은 지난달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