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일주일] 기상 나빠 수중 대신 수면 위 수색 주력
입력 2010-04-01 21:25
천안함 침몰 7일째인 1일. 1분1초가 아쉬운 상황이지만 기상 악화가 수색작업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사고 지역 해상에는 2.5m에 이르는 높은 파도와 초속 13m의 강풍이 불었다. 잠수대원들은 악전고투 끝에 천안함의 함미와 함수 부분에 인도색(줄)을 설치한 데 이어 출입문도 확보했지만 더 이상 수중 작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 전날 오후부터 시작된 안개는 점차 짙어져 가시거리가 300m에 불과했다. 수중 상황도 나쁜 건 마찬가지였다. 수온은 섭씨 4∼5도, 함미 부분 유속은 5.7노트(시속 10.5㎞)로 전날(5.6노트)보다 빨라졌다.
계속된 악천후로 잠수대원들은 30일 밤 이후 수중 작업을 진척시키지 못했다. 30일 전까지도 낮은 수온과 빠른 유속 때문에 수중 작업에 애를 먹었는데 기상 악화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바다가 깊지 않기 때문에 풍랑의 영향을 더 받는다”고 덧붙였다.
기상 악화가 이어지면서 해군 해난구조대(SSU), 특수전여단(UDT) 등 잠수대원들은 구조함인 광양함 등에서 안전수칙 재교육, 건강검진, 장비점검 등을 하며 조만간 재개될 탐색작전을 준비했다.
군 당국은 기상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실종자 다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 부분 수색에 집중키로 했다. 잠수대원 27개조 54명을 교대로 투입, 함미 부분 좌현 출입구에서 승조원 식당 간 로프 연결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함수 부분은 상부 갑판에서 함장실 입구까지 로프가 연결돼 있으며, 함장실에서 상사 침실 사이에 로프 연결 작업을 할 예정이다.
군은 수중 작업이 여의치 않게 되자 수면 수색작업을 강화하면서 범위도 넓혔다. 먼저 사고 해역 일대와 백령도 해안을 훑었다. 해병대 등이 해안을 수색했고, 잠수대원 일부는 고무보트를 타고 해수면을 탐색했다.
또 기뢰제거함은 어뢰나 기뢰로 추정되는 파편을 탐색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SSU 잠수대원들의 수중탐색 결과 내부 폭발은 아니라고 잠정 결론 내리고 외부에 의한 충격, 특히 어뢰나 기뢰 폭발로 인한 충격으로 선체가 두 동강 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고 해상에서 구조작업을 지원하는 기뢰제거함인 양양함과 옹진함은 고성능 음파탐지기로 혹시 있을지 모를 어뢰나 기뢰 파편을 탐색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침몰 원인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인양작업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를 해상크레인으로 들어올린 뒤 싣기 위한 3000t급 바지선은 전날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선체를 끌어올릴 민간 해상크레인 1대도 사고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 해상크레인은 지난 2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성포항을 출발한 삼호I&D 소속 ‘삼아 2200호’다. 이 크레인이 끌어올릴 수 있는 무게는 2000t이다.
거제항에는 또 최대 3600t까지 인양할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소속 ‘대우 3600’호, 3000t을 들어올릴 수 있는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도 대기 중이다. 해상크레인은 국방부의 요청이 있으면 즉각 사고 해역을 향해 출발할 계획이며, 도착까지는 4∼5일 소요된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