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선교회, 새 선교방식 ‘눈길’… 물량 공세·업적주의 탈피 최소 30년 장기 로드맵 마련

입력 2010-04-01 20:49


2007년 7월. 아프가니스탄 단기선교팀 피랍 사건이 터졌다. 이로 인해 기독교의 선교 방식에 대한 전 사회적 질타가 빗발쳤고, 교계 내부에서도 반성이 있었다. 이때 의미 있는 움직임 하나가 태동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동안교회가 주축이 된 ‘동티모르 선교회’다.



서울 이문2동 동안교회 김형준 목사는 아프간 사태 얼마 후 장신대 선교학과 김영동 교수와 캄보디아 선교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나라를 집중적, 장기적으로 도와주는 선교 방식’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둘은 그 대상을 알아보던 중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신생국 동티모르를 마음에 품게 됐다. 김 교수가 사전 조사와 함께 선교 방법 연구를 시작하면서 동티모르 선교회 활동이 시작됐다.

동티모르는 포르투갈에 400년, 인도네시아에 24년 식민 지배를 받았다. 2002년 겨우 독립했지만 사회적 기반이 거의 없고, 포르투갈어와 인도네시아어, 토속어인 테툼어가 혼재돼 사회 통합이 어려운 상태다. 또한 포르투갈의 영향으로 90%가 가톨릭을 믿지만 대부분 토속신앙화돼 있다.

선교 방법에 대해 김 교수는 그동안 개교회 중심, 물량공세와 업적주의, 공격적 경향 등을 탈피해 최소 30년간 법률 교육 의료 문화 경제 등 발전을 도우며 복음의 씨를 뿌리자는 장기적 계획을 제안했다.

이렇게 수립된 2037년까지의 ‘30년 로드맵’을 살펴보면, 2012년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 17년까지 협동농장, 27년까지 초·중·고교와 의료기관 등을 설립하며 점차 운영 자립을 유도해 모두 현지인에게 이양한다는 계획이다.

이 실천을 위해 김 목사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하나는 평신도 주체의 선교 모델이다. 한 나라를 다방면으로 돕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필요하기 때문. 이를 위해 동안교회는 어학과 IT, 공학 전문가, 제약회사 임원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다음으로는 지역별 동역교회를 모으는 것이다. 작은 교회들에 직접적 선교 기회를 주는 한편, 이 기회를 통해 지역적으로 소통하자는 것이다. 현재 대전제일교회(김철민 목사) 부산항서교회(나재천 목사) 대구봉산교회(임강섭 목사) 경주남부교회(김상정 목사) 삼송교회(김형석 목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기업과 학교, 언론, NGO 등과도 협력할 예정이다. 동티모르에 각 분야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김 목사는 한 가지 비전을 더 품고 있다. 오랜 폭력과 갈등 속에 살아 온 동티모르 주민들을 위해 정신적 치료를 진행하고 싶다는 것이다. 상담을 전공하고 치유에 초점을 둔 김 목사의 목회 방향과도 일치한다.

김 목사는 “지금까지 세 번 동티모르를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마음의 상처들을 가슴 깊이 느끼고 온다”면서 “같은 식민지배 경험이 있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긍휼과 섬김의 마음으로 장기간 돕는다면 이 나라에 하나님의 큰 은혜가 임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