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무장단체 “지하철 테러 우리 소행”
입력 2010-04-01 17:56
체첸의 한 이슬람 무장단체가 지난 29일 발생한 모스크바 지하철 연쇄 자살폭탄 테러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체첸과 러시아 북 카프카스 지역 인근에서 활동 중인 이슬람 무장단체 ‘카프카스 에미리트’의 지도자 도쿠 우마로프(45)는 지난 31일 한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러시아 보안군이 체첸 민간인을 살해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우마로프는 또 “러시아 주요 도시들에 대한 공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프카스 에미리트는 현재 체첸의 반정부 무장단체 중 가장 큰 세력으로 꼽힌다.
우마로프의 성명은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2차 지하철 테러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몇 시간 뒤 올려졌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도 카프카스 에미리트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러시아 당국은 보고 있다. 앞서 다게스탄 공화국에서는 31일에 이어 1일 폭발 물질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또다시 폭발해 2명이 사망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TV로 생중계된 각료회의에서 연쇄 테러의 배후로 우마로프를 지목하며 소탕을 천명한 직후라는 점에서 우마로프가 푸틴 총리에게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우마로프는 15년 전 체첸 분리독립 전쟁 당시 반군 지도자로 러시아군과 싸운 전력이 있다. 러시아 남부 카프카스 거주 이슬람인들을 규합해 이슬람 독립국가 건설을 내세우고 있는 그는 지난달 러시아 주요 도시에 대한 시가전을 전개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푸틴 총리는 이슬람 무장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통해 차기대선 출마를 위한 명분을 쌓아 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