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 ‘밀월외교’ 각료회의 교차 참석

입력 2010-04-01 21:17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경제장관이 지난 31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정부 각료회의에 참석했다. 기밀사항을 포함한 국가 중대사를 논하는 각료회의에 프랑스 고위 인사가 참석한 건 처음이다. 국제 외교 관례상으로도 드문 일이다.



다음주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프랑스 각료회의에 참석한다. 외교가에서는 유럽대륙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의 맹주 자리와 국제무대에서의 위상 강화를 위해 ‘독-불 신동맹’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정부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연간 12억 유로의 기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은행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독일 각료회의에 참석한 라가르드 장관은 “두 나라가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이 방안이 국제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는 불과 2주 전 “유로존(유로 사용 16개국) 회원국 희생을 바탕으로 독일이 막대한 무역흑자를 이루고 있다”며 맹비난했던 장본인이다. 양국이 당시 독일의 무역흑자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라가르드는 심지어 “독일이 최근 수년간 임금 조정에 성공해 높은 생산성 증가를 이뤘다”고 치켜세우고, “독일 각료회의의 높은 토론 수준과 자국의 헌법 개정이 유럽연합(EU)의 정신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진지한 자세에 감명 받았다”는 립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이날 독일 각의에서 소말리아 파병 군인 훈련 프로그램과 근로자 파견 근무 허용 헌법 개정안 논의를 지켜본 소감이기도 했다.

프랑스 장관의 독일 각료회의 참석은 지난 2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간에 양국 이해 증진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프랑스 르 피가로 등은 자국 이익을 놓고 으르렁거리던 두 나라가 글로벌 무대에서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경제위기 문제 해결에서 전에 없이 끈끈한 공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7일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에 대해 유로존이 결국 독일이 주장했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 공동 구제안’을 채택하는 데 프랑스의 막판 협조가 작용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우도 최근 방미 중 미국에 대한 유럽의 불만을 설명하면서 “나는 앙겔라 메르켈과 고든 브라운을 대신해 말한다”라고 표현했다. 브라운 영국 총리보다 메르켈 총리를 부지불식간 앞세운 것은 영국을 배제한 채 유럽 대륙의 두 강국 간 합종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