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부활절 달걀
입력 2010-04-01 18:09
매년 부활절이 다가오면 달걀값이 강세를 띤다. 각 교회에서 부활절 달걀을 만들기 위해 대량 구입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온라인몰의 구운 달걀과 맥반석 달걀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옥션과 G마켓 등의 구운 달걀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20∼40% 증가했다. 달걀 장식용 스티커, 바구니 매출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부활절 달걀은 어디서 처음 생겼을까. 학자들은 메소포타미아라고 주장한다. 처음엔 주로 붉은색을 달걀에 칠했다. 예수님이 십자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달걀은 새 생명을 상징하게 됐고 로마시대엔 달걀을 사자(死者)의 부장품으로 무덤에 함께 넣어주기도 했다.
부활절에 달걀을 주고받는 관습이 시작된 것은 17세기 무렵.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 기간에 짐승고기는 물론 물고기나 달걀까지도 먹지 않았다. 절제와 보속의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서였다. 부활절 아침에야 이들은 오믈렛이나 반숙된 달걀을 먹을 수 있었다. 여기서 이웃과 달걀을 교환하는 풍습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달걀과 연관짓는 것은 자연스럽다. 달걀은 예로부터 봄·풍요·다산(多産)의 상징이었다. 겉으론 죽은 듯 보이지만 그 속엔 생명이 잉태돼 있다. 기한이 차면 그 생명은 껍질을 깨고 힘차게 세상으로 뛰쳐나온다. 그리스도인들은 이것을 돌무덤을 깨고 영광스럽게 부활한 예수님에 비유했다.
오늘날 부활절 달걀은 매우 예술적이고 화려하다. 아름다운 색상에 ‘예수 부활하셨네’ 같은 문구를 집어넣고 익살스런 스티커도 부착한다. 초콜릿으로 만든 달걀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다. 청소년들은 디지털세대답게 달걀 그림문자를 지인들에게 보낸다. 유럽에선 매년 이색 달걀 이벤트가 열리는데 올해엔 독일 크레펠트가(家)의 ‘9500개 달걀로 만든 부활절 나무’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다. 인류의 구속사는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시작돼 부활에서 완성된다. 부활절의 의미가 올해는 더욱 각별히 다가온다. 7대 종단이 자살예방 캠페인에 함께 나설 정도로 우리 사회가 반(反)생명 풍조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천안함 침몰 사건까지 겹쳤다.
부활절 아침, 달걀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생명의 참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죽음의 그늘에놓인 생명들이 건짐을 받고 부활의 기쁨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절절히 기도해야 한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