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軍 ‘비밀주의’가 능사 아니다
입력 2010-04-01 17:52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천안함 참사와 관련해 “최종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철저하고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옳은 지적이다. 섣부른 판단은 유언비어를 양산할 수 있고, 섣부른 구조작업은 안타까운 희생자를 보탤 가능성이 있다. 실종자 가족은 물론 국민들이 애통한 마음을 가라앉힌 채 군을 믿고 지켜보기를 권면한다. 침몰 원인 규명을 비롯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군뿐이지 않은가.
군은 이에 부응해야 한다.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겠으나 지금까지의 모습은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구구한 설들이 나돌고, 정부와 군의 위기관리 능력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데에도 군의 책임이 전혀 없지 않다.
사고 발생 시각만 해도 그렇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사고시각이 아직도 분명치 않다. 군은 당초 오후 9시45분이라고 발표했다가 그 이후 9시30분, 9시25분으로 바뀌더니 어제는 9시20분이라고 오락가락했다.
자료들을 제때에 공개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군은 백령도 해병대 장병이 초소에서 열상감지장비로 찍었다는 40분 분량의 동영상을 80초 정도만 공개했다가 여론에 밀려 나머지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럴 바에야 처음부터 전부 공개했어야 했다. 천안함이 침몰 직전 평택 2함대사령부, 속초함과 교신한 일지에 대해서는 군사비밀이 들어있다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46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참사 원인을 밝히는 것보다 중요한 군사기밀인지 석연찮다. 심리적 안정을 이유로 생존자 58명을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있는 점, 천안함 인근에 있던 속초함이 76㎜ 함포를 사격한 경위를 어제서야 밝힌 점도 오해를 받는 요인이다.
군이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한 것은 적절했다. 이에 걸맞게 국민 다수가 원한다면 군사기밀이라도 적절한 방법으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군이 사력을 다해 진행 중인 탐사구조 작업의 결과를 올바로 평가받기 위해서라도 정보 공개에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