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 주체 못해 흥청대는 한국거래소

입력 2010-04-01 17:51

감사원이 한국거래소에 증권거래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에서 드러난 과도한 복리후생을 지적하며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다시 말해 직원들의 처우가 지나치게 좋으니 들어오는 수입을 줄여 직원에게 주는 보수를 줄이라는 얘기다.

감사 결과 나타난 직원의 보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았다. 지난해 4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는 1인당 평균보수가 9100만원으로 나와 있다. 이것만 해도 신의 직장이라 부르고도 남을 만하다. 그런데 실제는 이보다 2500만원 많은 1억1600만원으로 밝혀졌다. 평균보수는 연봉에다 연월차수당, 학자금, 의료비 등 복리후생비를 포함시켜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보수를 낮추기 위해 직원 숫자를 부풀리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거래소는 평소 노사갈등이 적지 않은 곳인데 이 부분에서는 노사가 한마음이었을 듯하다.

한국거래소는 증권투자자들이 거래할 때마다 일정 수수료를 떼어 운영비로 쓴다. 독점기업이어서 투자자들은 정해주는 대로 내는 수밖에 없다. 주식거래가 늘어나면 수수료 수입도 늘어나고, 그러다보니 이익잉여금이 어느덧 1조원을 넘어 이에 따른 운용수익만 연평균 63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감사원은 수입을 주체할 수 없으니 차라리 연간 수수료 징수한도를 정하는 게 낫겠다고 권고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임 이정환 이사장이 정치적 압력으로 중도퇴진했고, 그 와중에 역시 정치적 논리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거래소 스스로가 그런 외압의 빌미를 조성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해 말 취임한 신임 김봉수 이사장은 인원 감축과 연봉 삭감 등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거래소에 대해 “경쟁할 대상도 없었고 필요도 없었다”면서 “수수료 수입으로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사장 생각만으로는 쉽지 않다. 노조가 뜻을 같이해서 국민과 투자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거래소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