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을 다하기 위해 환자들 발 씻어주다… 고난주간 ‘세족의 날’ 신촌 세브란스병원 세족식

입력 2010-04-01 20:46


“의사의 표정, 말 한 마디에 환자의 고통과 아픔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행하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이제는 예수님이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더러운 발을 씻어주신 것처럼 우리 또한 환자를 위해 낮아지고 겸손해지길 원합니다.” 고난주간 중 ‘세족의 날’인 1일 세브란스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들의 발을 닦아주는 세족식이 열렸다.

서울 신촌동 세브란스병원 본관 6층 예배실에서 열린 세족식에는 이철 세브란스병원장을 비롯해 백형선 치과대학병원장, 김동수 어린이병원장, 장준 제2부원장, 이수곤 기독의사회장, 박영우 간호부원장, 문경희 기독간호사회장 등 20여명의 의료진과 환자 100여명이 참가했다. 행사는 2000여년전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며 겸손과 섬김의 도를 보이신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하얀 가운을 벗어젖힌 채 축복기도를 한 후 환자들의 발을 정성들여 씻어주고 물기까지 닦아줬다. 이들은 더 공손히 겸손한 마음으로 환자를 돌볼 것을 다짐했다. 또 자신들의 의술을 통해 치료의 능력이 나타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기도 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의 발을 씻어준다는 소식에 흐뭇한 마음으로 행사에 참가했다는 이철 병원장은 “환자들의 발을 씻어주듯 섬기는 마음으로 의료진이 진료에 임한다면 병원 분위기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며 매년 이런 섬김의 행사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동수 원장은 “무늬만 그리스도인이 아니고, 환자에게 군림하는 의사가 아니라 겸손함으로 환자를 섬기는 진정한 의료인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환자들은 더 기뻐했다. 며칠 전 귀 수술을 했다는 박순갑(56)씨는 “의사들이 발을 씻어주며 섬김을 다짐하니 금방 완치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5년째 머리 통증으로 입원 중인 최연희(47)씨는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다. 의료진과 환자 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2일 환자들과 함께 성찬식을 거행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찬양한다. 또 3일에는 병동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부활과 생명을 상징하는 달걀을 나눠준다.

행사를 준비한 유기성 원목실장은 “세족식은 의사와 간호사들의 섬김과 환자 사랑 실천에 그 의미가 있다”며 “의사와 환자들 간의 정이 예전 같지 않지만, 그럴수록 치료하는 자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