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이웃-지구촌교회 (4)] 꿈 심는 제빵·조립 작업장… 장애인 자립 이끈다

입력 2010-04-01 17:46


지난 31일 오후 지구촌교회 수지성전 근처 상가. 건물 2, 3층에 교회의 대표적 나눔사역 현장인 지구촌사회복지센터가 입주해 있다. 지역사회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예배당이 아닌 일반 상가로 들어갔다고 한다.

산뜻하게 새로 단장한 2층 복도 끝에 ‘뜨랑슈아베이커리’라는 간판이 보였다. 뜨랑슈아는 중세 상류층에서 고기 요리를 담는 그릇 대용으로 쓰던, 두껍게 썬 빵을 뜻한다.

센터장인 이정우 목사는 “뜨랑슈아는 한 사람당 한 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것이 관례였다”며 “우리는 ‘함께 빵을 먹는 친구 사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 이름을 빌려왔다”고 설명했다. 뜨랑슈아 작업장에서는 위생복에 위생모, 마스크를 갖춘 사람들이 빵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모두 지적장애 혹은 자폐성 장애를 앓는 이들이다.

지적장애 3급인 최재성(31)씨는 지난 1월부터 이곳에서 제과제빵 기술을 배우고 있다. 그간 사회복지시설이나 교회에서 연결해 준 일터에서 한시적으로 일한 적은 있지만 전문적인 직업 교육을 받기는 처음이다. 그는 “힘들기는 하지만 재밌고 보람도 있다. 결근이나 지각도 한 번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제과장이 되고 돈도 벌고 결혼도 하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약속도 했습니다.”

최씨는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며 모닝빵과 우유식빵을 자랑스레 내보였다.

뜨랑슈아에는 최씨를 포함해 5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대학에 출강하는 전문 제과장이 이들을 지도한다. 아직은 기술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제품 판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작업장 원장인 유명운 전도사는 “향후 장애인 수를 10명으로 늘리고, 기숙사나 그룹 홈 시설도 갖출 예정”이라며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켜 장애인들에게 안정적 직장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뜨랑슈아 옆에는 ‘행복한 일터’가 있다. 중증장애인들이 단순조립이나 포장 등 임가공 일을 하는 공간이다. 이날은 하의용 옷걸이 작업이 배당됐다. 장애인 12명이 나란히 앉아서 망치로 두드리고, 플라스틱 부품을 끼우며 차곡차곡 옷걸이를 만드는데, 표정들이 사뭇 진지했다.

뜨랑슈아와 행복한 일터는 장애인의 재활과 경제적 자립 지원을 목표로 지구촌사회복지센터가 최근 개설한 장애인 보호 작업장이다. 수지 지역 최초의 성인을 위한 직업 재활 이용시설이라고 한다. 용인시는 “정말 필요한 일을 시작했다. 수지 외에 기흥구나 처인구 등 다른 지역에도 개설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2층 나머지 절반은 지구촌노인주간보호센터가, 3층 일부는 지구촌요양원이 사용하고 있다. 2008년 1월 문을 연 노인주간보호센터는 낮 시간이나 일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심신허약 노인, 치매 노인 등을 돌보는 일을 한다. 처음에는 작은 공간을 빌려 노인 15명을 대상으로 시작했는데 수요가 계속 늘어 지금은 몇 배로 넓힌 공간에서 28명의 노인을 지원하고 있다. 벽에 걸린 일정표에는 일상동작 훈련, 노래교실, 미술·독서 활동, 지압체조, 실버스포츠, 신문스크랩, 일기쓰기 등 과정이 적혀 있었다. 위층 요양원에는 연고가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부양을 기피하는 노인 환자 11명이 머물고 있다.

지구촌사회복지센터는 지구촌교회의 나눔 사역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사회복지 서비스가 이 복지센터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는 교회가 그간 진행해 왔던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 지원, 결식아동 지원, 김치 및 난방비 지원 사업 등 단순한 지원 사업과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 목사는 “현재 우리 교회 복지센터에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전문그룹 30여명이 헌신하고 있다”며 “지구촌교회가 전문적 사회복지 서비스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마중물 역할을 한 곳이 바로 복지센터”라고 설명했다.

용인=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