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천재보다 수백명의 ‘너와 내’가 낫다… ‘나보다 똑똑한 우리’

입력 2010-04-01 17:39


나보다 똑똑한 우리/럭스미디어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 키워드를 대표하는 것 중에 하나가 ‘천재경영론’이다. 한 명의 천재가 만 명,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이다. 뛰어난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세상에서는 이와 정반대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 사람의 천재보다는 수백 명의 ‘우리’가 낫다”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른바 집단지성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가 등장하면서 집단지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서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사실 많은 사람이 SNS를 일상의 소소한 일을 나누는데 사용한다. 그래서 집단지성의 실효성이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기업은 집단지성을 도입했다. 그리고 그 성과는 놀랄 만하다.

집단지성이 사업에 끼치는 영향은 연구개발, 고객관리, 마케팅, 생산, 자금조달, 조직관리 등 사업 전 분야에 적용된다.

비밀주의로 악명이 높았던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갬블(P&G)은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2000년 주식시장 붕괴는 결정타였다. 하지만 2000년 취임한 래플리가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을 도입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은퇴 과학자, 엔지니어와 손잡고 175개 나라의 12만 명의 기술자 네트워크 이노센티브를 설립하는 등 크라우드소싱을 시작했다.

기업의 핵심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개발 기능을 외부로 돌린 것이다. 2006년이 되자 회사는 아이디어의 35%를 외부에서 얻었다. 연구개발 생산성은 60% 올랐고, P&G가 생산한 신제품 가운데 80%가 성공했다. 시장 평균이 30%임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성과다. 주식시장 붕괴 후 5년 만에 P&G 주가는 배가 뛰었고 현재 220억원의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금광 회사 골드코프는 채광 실적이 나쁜 금광에 금광석이 얼마나 더 있는지 판단을 못 내렸고 회사는 폐업 위기에 몰렸다. CEO 롭 맥이완은 그때까지 비밀로 유지했던 지질 자료 전체를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도움을 줄 사람을 찾는 콘테스트를 열었다. 전 세계 77명이 지원했고 획기적인 방법이 나왔다. 그에게 50만 달러를 지불한 골드코프는 30억 달러 이상의 금을 찾았다.

고객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도 집단지성은 귀기울일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혼자 사업을 시작한 닉 브래드버리는 1998년 뉴스수집기인 피드데몬과 웹 디자인 프로그램 톱스타일을 개발했다. 제품은 잘 팔렸지만 문제가 있었다. 고객지원이 형편없었던 것. 그는 고객의 질문과 불평을 혼자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브래드버리는 그 업무를 아예 고객에게 넘겨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웹사이트에 ‘동료 지원 그룹’이라 불리는 2000명이 넘는 회원과 고객 포럼을 만들어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문제가 생기면 고객들이 올려놓은 정보를 찾아보고 답을 얻거나 거기서 찾지 못하면 회사 기술지원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식이다. 이 경우 위험도 따른다. 전문가 고객이 비전문가의 답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래드버리는 포럼에서 핵심적인 기고가로 활동하던 사람을 서비스 관리자로 채용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