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 원로목사-데이브 도슨 ETS 총재 두 거인의 만남

입력 2010-04-01 17:30


목회자가 희생 않으면 제자훈련 어려워… 한 사람을 위해 헌신해야

옥한흠(72) 사랑의교회 원로목사와 데이브 도슨(74) ETS(Equipping The Saints Ministries) 총재가 지난 25일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열린 제자훈련지도자 세미나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이 시대의 제자훈련 거장이라는 데서 만남 자체가 뉴스였다. 도슨 총재는 네비게이토선교회 싱가포르 책임자로 12년간 활동했으며,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교와 달라스신학교 등에서 강의하는 등 지난 56년간 제자훈련을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Equipping the Saints’라는 그의 책은 현재 35개 언어로 번역돼 6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옥 목사도 지난 25년간 제자훈련에 집중해 한국교회에 제자훈련의 물줄기를 놓은 장본인이다. “한 영혼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 목회자의 양심”이라는 그의 말은 이 땅의 수많은 목회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인생을 제자훈련에 바친 두 사람이 대담 내내 강조한 것은 ‘한 사람’의 중요성이었다. 교회는 한 사람을 위해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데이브 도슨 총재=목사님의 책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소수를 대상으로 훈련시켜 왔지만 목사님은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수많은 교회 지도자들을 훈련시켰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옥한흠 목사=총재님 같은 제자훈련의 대가를 만난 것이 오히려 큰 영광입니다. 주님께선 저의 그릇에 비해 넘치는 사역의 결실을 허락하셨습니다.

△도슨 총재=저는 선교단체에서, 목사님은 지역교회에서 사역하셨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평생 제자훈련 사역에 일생을 불태워 온 것 같습니다. 이제 세계적으로 제자훈련이라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인생을 생각해 보니 주님과의 대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목회는 성도들이 주님을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교회는 성도들이 종교 활동만 하게 방치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주님과 친밀하게 만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옥 목사=맞습니다. 엄밀히 말해 기독교는 종교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종교생활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생명의 주님을 만나는 것이지요. 오늘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도록 하는 데 그칠 뿐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예수 닮은 삶으로 끌고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살려면 성도들이 예수님처럼 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여기서 실패하면 교회사역도 실패합니다.

△도슨 총재=그렇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부르셔서 땅 끝까지 이르러 제자 삼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가서 제자 삼는 일이 지상 교회의 본질이요 사명입니다. 오늘날 목회자들이 비본질적인 일에 힘을 소진하느라 제자훈련에 투자할 에너지가 없다고들 합니다. 신학교에서 신학생들은 교회 세우는 것을 배우고 나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내가 교회를 세울 테니 너희는 사람을 키우라”고 말씀하십니다.

△옥 목사=시대가 변하더라도 교회가 붙잡아야 할 사명은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제자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작은 예수’의 모습만 갖고 있다면 어떤 시대적·개인적 어려움이라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원하시는 목회는 주님의 제자를 만드는 것입니다. 바울은 ‘각 사람’을 위해 생명을 걸었습니다. 이것이 바울이 우리에게 보여준 목회의 원형입니다. 그가 생명을 걸고 목회한 사람은 천 명도, 수백 명도 아닌 ‘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이 땅의 목회자들은 스스로 ‘한 영혼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나’를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도슨 총재=저는 보통 한 사람의 리더를 키우기 위해 ‘제자’와 함께 지냅니다. 한 사람이 잘 훈련되면 ‘키 맨’(Key Man)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3년 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저를 찾아온 한 목사님에게 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현재 그분 밑에는 2만5000여명이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당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목적을 두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선교하고 전도해서 사람은 데리고 오지만 정작 훈련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8년 전 인도를 방문했을 때 한 기독교 지도자가 “50년 전 기독교 인구가 2%인데 지금도 2%”라며 한탄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하나님 왕국을 위해 곱셈을 했어야 하는데 덧셈만 하며 에너지를 소모했다”는 자기반성을 했습니다. 미국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더하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예수를 만나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예수와 똑같은 사람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예수처럼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영적 곱하기’입니다.

△옥 목사=한국교회는 교인들이 세상 물결에 휩쓸리는데도 예배와 교회봉사에만 전념하도록 합니다. 이것은 유럽교회의 길을 걷게 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을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수적 부흥이 안 되더라도 주님이 기뻐하시는 목회를 할 때 교회의 미래가 있습니다.

△도슨 총재=좋은 망치와 톱이 있어야 하듯이 좋은 제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자훈련의 도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교재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에 노력해 왔습니다. 교재가 필요한 사람들이 내게 연락을 해오면 88주 짜리 CD로 제작된 교재를 보내 주고 추가적인 관심을 보이는 분들은 직접 만나 멘토링을 했습니다.

△옥 목사=훈련의 도구도 중요하지만 훈련을 시키는 리더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경험상 지역교회에서 제자훈련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목회자가 희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희생정신을 지닌 목회자가 평신도 한 영혼을 붙들어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우지 않고는 온전한 제자훈련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저는 항상 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사역을 펼쳐왔습니다.

△도슨 총재=목사님이 더욱 건강하시기를 기도하고 앞으로 더 많은 제자훈련 사역이 펼쳐지기를 소망합니다.

△옥 목사=총재님도 더욱 강건하셔서 주님께 더욱 귀한 쓰임 받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