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고난 고통 달고 살지만 영혼은 누구보다 건강… ‘의미 없는 고난은 없다’

입력 2010-04-01 20:53


의미 없는 고난은 없다/ 마르바 던 지음/ 엔크리스토

“왜 나만 겪는 고난이냐고 슬퍼하지 말아요…”로 시작되는 가스펠송이 있다.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힘을 내세요. 힘을 내세요. 주님이 함께 계시잖아요. 주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면 어떤 고통도 견딜 수 있잖아요.”

마르바 던(Marva J. Dawn)의 ‘의미 없는 고난은 없다’(엔크리스토)를 읽으면서 자꾸 위의 가스펠송 멜로디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질병과 장애 속에서 바라보는 온전한 희망’이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책에는 되찾을 수 없는 상실과 그 상실을 능히 채워줄 수확에 대한 내용이 그득하다. 물론 상실에는 육신적 질병과 장애뿐 아니라 영적·정서적·사회적 결핍도 포함되어 있다. 자신에게 상실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펼쳐 보시라. 그 상실이 나만 겪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주님이 함께 계신다면 어떤 고통도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이 잔잔하게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이 말이 너무나 도식적이라고? 아니다. 마르바 던이 한 말이기에 상투적이거나 도식적이 아니다. 실제적이다. 캐나다 밴쿠버의 리젠트신학대학에서 영성신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는 심각한 장애를 갖고 삶을 살고 있다. 한쪽 눈은 보이지 않는다. 다리는 혼자 걸을 수 없을 정도다. 극심한 저혈압과 당뇨로 고생한 지 오래다.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후에는 하루에 11번씩 약을 먹어야 살 수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기쁘고 행복하게 산다. 기뻐야 할 이유를 성경에서 찾는 데 진력했다. 자기 혼자 그 발견의 기쁨을 독식하지 않았다. 전 세계의 고통 받는 자들과 나눴다. ‘안식’(IVP), ‘약할 때 기뻐하라’(복있는사람), ‘고귀한 시간 낭비-예배’(이레서원) 등 그녀의 책들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은 이 시대의 영성 대가 마르바 던이 쓴 희망의 책이다. 그래서 읽어야 하며 읽을 가치가 있다.

책을 읽을 때에 21장으로 이뤄진 목차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각 목차는 모두 상실과 수확의 대조로 이뤄졌다. ‘꿈의 상실-하나님의 더 큰 이야기’ ‘외로움-공동체’ ‘염려-감사, 하나님의 평안’ ‘후회-용서’ ‘죽음-날마다 잘 죽기’ 등 각 상실에 따른 대응과 대처법들이 들어 있다. 부록으로 첨가된 고난과 악, 치유에 관한 참고도서도 유익하다.

저자는 말한다. “절망이 안에 쌓여 우울에 빠지지 않으려면 상실의 비애를 인정하고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 그러나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내게 주어진 희망을 확신하기에 우리는 큰 슬픔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다.”

참된 애통은 영혼에 이롭다는 저자의 말은 적어도 애통해본 경험이 있는 자라면 충분히 공감이 될 것이다. 고통을 소리로도 풀어내라고 권한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이나 감정의 부재로 똑같이 고생한다는 깨달음을 가질 때에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고 언급한다. 너무나 맞는 말 아닌가.

저자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여호와라는 이름이다. 그분은 신이다. 그냥 아무런 신이 아니라 유일하고 신실하신 언약의 하나님, 스스로 계시는(I am) 크신 하나님이시다. 던은 “고난의 때에 우리는 여호와라는 이름의 약속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언약에 일관되게 진실하신 여호와의 영광, 자기 백성을 모든 슬픔에서 건지시는 하나님의 능하신 구원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던은 중병과 만성 질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부딪치는 다양한 종류의 고뇌 속으로 들어간다. 막연한 위로와 낙관론을 피력하지는 않는다. 그들과 함께 운다. 그러면서 현재 장애 상태로 인해 별로 많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일지라도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던은 언제나 기쁨(JOY)을 대문자로 쓴다. 기쁨이 환경으로 인한 단순한 벅참이나 행복, 감격을 뜻하는 말이 아님을 상기하기 위해서다. 예수의 부활로 말미암아 우리 삶이 변화된다면 그 깊고 영속적인 확신과 감사, 신뢰가 내 것이 된다. 그녀에게 기쁨은 바로 그런 것이다. 포로들이 귀환하는 것처럼, 삼위일체 하나님께 귀향하는 기쁨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물론 귀환해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슬픔과 고난은 언제나 존재한다. 잡을 수 없는 것, 상실의 것들은 너무나 가까이 있다. 그래서 괴롭다. 그러나 해답이 있다. 수확의 길이 있다. 책을 읽다보면 슬픔과 고난의 때마다 여호와께 가면 그분은 늘 요소요소에서 우리를 만나 주신다는 사실이 실감된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