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한 준위, 과중한 업무로 참변”… 수색 참여한 예비역 UDT 요원들 분통
입력 2010-03-31 19:14
침몰된 천안함의 수중탐색 작업에 참여 중인 예비역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폭파대(UDT) 요원들은 31일 “고 한주호 준위는 사고 전날 하루에 세 번이나 입수했다”며 “책임감과 과중한 업무가 부른 사고였다”고 애통해했다.
전날 ‘감압 현상에 의한 잠수병’으로 순직한 한 준위는 당시 33m 수심에서 작업을 했다. 거센 물살을 헤치고 들어가 함수의 출입구를 찾아내고, 칼날이 뒤엉킨 것 같은 함정의 배관 사이에 밧줄을 연결해 선내로 들어가는 길을 터놓는 등 영웅적 활약을 펼친 게 한 준위라고 예비역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 예비역은 현역시절 한 준위와 생사고락을 같이 한 동료들이거나 그로부터 직접 훈련을 받은 부하들이었다.
예비역 UDT 동지회인 ‘UDT 특임사업단’ 관계자는 “이 정도 수심이면 미 해군은 하루에 한 번 만 잠수를 한다”며 “한 준위는 감압을 하기는 했지만 후배들의 안전을 생각해 무리하게 잠수시간을 연장했다”고 말했다. 일부 동료들은 “위에서 닦달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냐. 사람을 살리려다 산 사람을 죽인 꼴”이라며 군 수뇌부에 화살을 돌렸다.
수중 작업에 사용 중인 장비들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현재 잠수요원들은 산소와 질소를 일정 비율로 혼합한 압축공기통(실린더)을 이용해 잠수를 하고 있다.
다른 예비역 UDT요원은 “작업 지역의 물밑은 5기압 정도다. 이 경우 실린더 속의 산소가 적어지면서 잠수요원에게 질소마취가 올 수 있다”며 “수심이 깊은 곳에서 저 장비(실린더)로 무리하게 작업하는 것은 곧 죽음으로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임사업단 이태희 특임사무국장은 “당장 인천에서 감압 챔버 3∼4대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하지만 들여올 배편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감압 챔버는 저체온증과 호흡곤란 등 잠수병을 치료하는 장비로 사고 당시 광양함에 1대밖에 없었다. 감압 챔버의 부족은 수색 작업이 지연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들은 함미에 대한 해군의 작업방식에 대한 불만도 터뜨렸다. 해난구조대(SSU)가 앞장서 수색하는 것은 맞지만 심해 잠수 베테랑인 자신들을 작업에서 배제함으로써 작업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함수에 들어갔다 온 한 예비역은 “심해 잠수는 체력보다는 경험이 중요하다. 경력이 짧은 현역보다는 생계를 위해 지금도 심해 잠수를 하는 UDT 예비역들이 더 베테랑”이라며 “20분만 준다면 SSU요원들의 작업지역을 피해 따로 작업줄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일 해군이 함미에서 작업을 해보라고 우리들에게 정조 시간 막판에 3∼4분인가 줬다. 이 시간에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예비역 UDT 요원들은 이날 한 준위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을 찾아 잠시 백령도를 떠났다.
백령도=엄기영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