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 “미안합니다”… 유족 “이건 아닙니다”
입력 2010-04-01 01:01
한 준위 빈소 이모저모
고 한주호(53) 준위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는 31일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빈소 바깥까지 늘어선 조문객들 머리 위로 하루 종일 찬비가 내렸다. 고인과 UDT(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폭파대)에서 군생활을 함께 했다는 한 조문객은 “하늘도 우는 거여”라고 말했다.
30일 밤 이곳에 도착한 뒤 상복으로 갈아입고 조문객을 만나는 유족들은 슬픔에 지친 표정이었다. 밤새도록 통곡하던 고인의 아내 김말순(54)씨는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어했다. 군인이었던 고인을 존경해 육군 중위로 복무 중인 아들 상기(25)씨는 상복 대신 육군 정복을 입고 조문객을 맞았다.
오전 10시40분쯤 평택에서 천안함 실종자 가족 7명이 도착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얼굴을 감싸 쥐고 울면서 천천히 빈소로 걸어 들어왔다. 고인에게 헌화와 묵념을 마친 실종자 가족들은 유족들과 손을 맞잡고 울었다.
실종자 정범구 상병의 할머니 이상옥씨는 고인의 아내를 붙잡고 “뭐라 말씀드리겠습니까. 정말 미안합니다”라며 흐느꼈다. 김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건 아닙니다. 우리 금쪽같은 내 새끼의 아버지인데…”라며 오열했다. 실종자 이창기 원사의 형인 이성기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까운 분을 잃은 것 같아 유가족에게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등도 오후 한 준위 빈소를 찾았다. 이날 빈소에는 2200명이 넘는 조문객이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다.
정부는 고인에 대해 훈장을 추서하는 등 최고의 예우를 갖추기로 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빈소를 찾아 한 준위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군인 정신의 표상으로 삼자는 의미에서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했다.
국방부는 한 준위 영결식을 3일장인 해군작전사령부장으로 치를 계획이었으나 한 단계 격상해 5일장인 해군장으로 엄수키로 했다. 영결식은 다음달 3일 열리며 시신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정부는 보상금을 교전 중 전사자 수준으로 상향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한나라당이 건의한 1계급 특진에 대해 유가족 측은 “그렇게 해주지 않아도 된다”며 완곡하게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이경원 기자,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