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한 준위, 자기관리 철저… 소말리아 부대 최고령 자원 입대

입력 2010-03-31 19:07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로 순직한 한주호 준위는 언제나 ‘젊은 오빠’였다. UDT 소속인 한 준위는 강인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늘 열심히 운동했고, 전역을 한 해 앞두고 소말리아 파병 부대에 자원했다.



한 준위는 평생을 보낸 바다처럼 넉넉하게 사람을 품었다. 훈련관이었던 한 준위는 업무에선 늘 엄격했지만,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널찍한 두 팔로 후배를 위로했다. 지난해 3∼8월 소말리아에 파병된 청해부대에 지원한 한 준위는 대원 중 최고령이었다. 전역을 한 해 앞둔 대부분 군인이 새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과 달리 한 준위는 영원한 해군이 되고 싶어 했다.

한 준위는 잠수해 배 바닥을 검사하는 ‘선저검사’를 할 때마다 후배에게 일을 떠넘기지 않고 먼저 나섰다. 보통 선저검사는 나이 어린 후배가 하지만 그는 나이의 많고 적음으로 일을 구분하지 않았다. 2년간 함께 근무했던 문종일(53)씨는 “언제나 일을 할 때 꾀를 부리는 법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경남 진해에 있는 섬 소모도에서 근무할 때 UDT 대원들은 보트 모터 씻는 일을 가장 싫어했다고 했다. 길이 1m의 원통형 모터는 무게가 60kg이나 나갔다. 그 일을 앞장서 하던 사람도 같은 조원 5명 중 항상 한 준위였다.

그는 고령에도 직접 해적선에 오를 만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6일 한 준위는 바하마 국적 ‘로토스 스캔호’를 납치하려는 해적선에 올라 핵심 증거 물품인 해적칼과 ‘쌍발기’라고 불리는 고속 엔진을 배 바닥에서 수집했다. 직책이 훈련관이었던 한 준위는 굳이 해적선에 오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머리가 희끗한 나이에도 그는 늘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얼굴을 빼고 목 아래로는 20대에 못지않은 탄탄한 근육과 탱탱한 피부를 자랑해 청해부대에선 ‘젊은 오빠’로 불렸다. 한 준위는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 몸 상태를 최고로 높여 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일 3회, 1회에 1시간씩 운동했다. 그가 아침마다 했던 ‘UDT 스트레칭’은 청해부대 대원에게 전파돼 인기를 끌었다.

한 준위는 청해부대에서 ‘경례를 잘 하는 사람’으로 불렸다. 나이 어린 상급자에게도 언제나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경례를 했고, 거수경례를 올려붙이는 손은 막 입대한 신병처럼 절도가 있었다. 나이 많은 하사관이 장교에게 경례를 허술하게 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그는 늘 예의를 지켰다. 함께 승선했던 최용수(34) 대위는 “처음에는 가식적인 사람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교과서적인 군인이었다”며 “생활할수록 진실함이 배어나와 한 준위의 침실에 자주 놀러가 대화를 나눴다”고 회고했다.

그는 가족에게도 자상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한 준위는 평소 “학사장교인 아들보다 내가 계급은 낮지만 모범이 되고 싶다”며 “아들에게 군인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아들에게 모범이 되는 ‘참 군인’으로 순직했다.

평택·성남=박유리 이경원 최승욱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