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정치권, 정부 늑장 규명·구조 지연 질타
입력 2010-03-31 19:12
“4차례 안보장관회의서 도대체 뭘했나” 직격탄
해군 천안함 침몰 엿새째인 31일 정치권에선 사고 원인 규명과 구조 작업이 더딘 것에 대한 질타가 잇따랐다.
◇“왜 진상 못 밝히나”=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라디오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하벙커에서 네 차례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가졌다고 하는 데도 국민이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같은 말만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하고 있어 침몰 원인에 대한 각종 설만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초동대응은 잘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은 군을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가진 의구심과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안규백 의원은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사건을 조작 은폐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어 실종자 구조와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진상규명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선 이면에는 북한 공격설이 힘을 얻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감이 깔려 있다. 사고의 원인이 북한 도발로 밝혀질 경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북풍(北風)’이 불면서 보수세력이 결집해 야권의 정부심판론이 먹혀들지 않을 공산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보를 통제하고 정부의 안위를 위해 특정 방향으로 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인 박영선 의원도 “우리는 군사정권과 보수언론이 이런 사건이 나면 하나의 적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공포 분위기를 확산했던 경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박근혜, “의혹 가감 없이 밝혀야”=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이번 사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무엇보다 가장 급한 게 인명구조 아니겠느냐. 지금도 희망을 갖고 구조작업 중인 만큼 거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침몰 사고와 관련해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정부와 군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한 점 의혹 없이 그리고 가감 없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야당의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특별위원회 구성 요구에 대해서는 “구조작업에 우선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필요하다면 그때 국정조사건 특위건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 대응 질타=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한주호 준위 순직과 관련, “지금 우리나라 해난구조대나 UDT 등 특수요원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대부분 1980년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정부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또 이 대통령이 전날 사고 현장을 방문한 것에 대해 “구조작업보다는 대통령 오는 데 따른 여러 가지 의전이라든지 안전이라든지 이런 문제 때문에 사실은 구조작업이 방해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조 장비 동원이 늦춰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국방위 관계자는 “거센 조류 등으로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지만 구축함으로 해당지역 주변을 에워싸면 해류 영향을 덜 받고 구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천에 대규모 인양선이 있고 이를 이용할 경우 짧은 시간에 인양이 가능한데도 굳이 멀리 있는 진해의 군 장비만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민간 장비와 해양 전문가를 적극 활용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 현안질의 개최키로=여야는 이번 사고와 관련, 다음달 2일 정부를 상대로 긴급 현안질문을 갖기로 합의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의석수대로 질문자를 정하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대폭 양보해서 한나라당 3인, 민주당 3인, 비교섭단체 1인으로 했다”고 밝혔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