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정치인 줄줄이 현장으로… 실종자 가족은 냉담한 반응
입력 2010-03-31 21:50
정치인들이 줄줄이 해군 천안함 침몰사고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31일 해군 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고 한주호 준위 빈소로 가 조문했다. 정 대표는 실종자 가족 사이에서 정부 당국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국민들로부터 사건 관련 은폐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현장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흘 동안 실종자 가족과 함께 2함대에 머물렀던 이종걸 의원은 오후 현장에서 철수했다. 해군 측이 일부 가족의 요청에 따라 철수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 환경과 시설, 첨단 장비 등이 매우 부족해 구조가 지연되고 있다’며 당국의 구조 작업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침몰 사고 후 정치인들이 현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군 장병들의 구조 작업을 격려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실종자 구조 작업에 오히려 방해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28일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 방문했으나 환영받지 못했다. 가족들은 오히려 정 대표를 향해 “실종자를 살려내라” “정치나 하지 뭐 하러 왔느냐”는 원성을 쏟아냈다. 같은 날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선거운동을 하러 왔느냐”는 가족들의 항의를 들어야 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29일 군군수도통합병원을 방문, 부상자 면담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병사들의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방문하니 병원장은 치료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했다”며 “지금 (침몰 사고와 관련해) 의혹들이 소문의 벽이 되고 있는데 면담을 허용하지 않아 의혹이 더 증폭된다”고 주장했다. 해군 측도 정치인들의 방문을 반기는 표정이 아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