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실종자가족협의회, 눈물의 기자회견
입력 2010-03-31 18:43
“마지막 한 명까지 최선을 다해 구조해 주세요”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실종자가족협의회는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아빠이자 남편, 형제가 차디찬 바다에서 산소 한 줌만으로 버티고 있다”며 “마지막 한 명까지 최선을 다해 구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있는 예비군교육장에서 열린 실종자가족협의회의 첫 기자회견장은 눈물바다였다. 실종자 서대호 하사 어머니는 “우리 아들 여기 온 지 두 달밖에 안 됐어. 우리 아들 제발 살려 주세요”라며 쓰러져 오열했다. 김동진 하사 어머니 역시 “제가 대신 죽겠으니 우리 아들만 살려 주세요”라고 울부짖었다.
최정환 중사 가족 이정국씨가 대국민 호소문을 읽자 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슬픔을 참고 있던 가족들마저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하늘에서 부여받은 명이 다해 불가항력적으로 희생된 장병이라도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해 주십시오”라고 읽자 가족들은 일제히 통곡하며 실종자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박경수 중사의 부인은 고통을 참기 어려운 듯 자신의 가슴을 연신 왼손으로 쓸어내렸고 다른 가족도 눈물에 젖은 손수건을 든 채 울다 혼절했다.
협의회는 현재까지 진행된 해군과 해경의 구조작업 전 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28일 백령도를 둘러보고 온 가족대표들은 “가족들은 사고 및 구조 과정에 대해 단 한 차례도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정부와 군 당국은 사고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군 발표와 달리 함미는 소형 어선이 발견했고 광양함이 조기 투입되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며 해명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의혹 해소를 위한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해 줄 것도 요청했다. 가족들은 사고 다음날 천안함 최원일 함장과 생존 장병들의 사고 당시 상황 설명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일부 가족은 “어떻게 생존자들이 실종자 가족에게 얼굴도 비추지 않을 수 있느냐”며 함구령을 내린 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생존 장병을 모아 놓은 해군을 원망했다.
구조에 나선 잠수요원에게 필요한 감압 챔버를 1대만 사용하는 등 상식 밖의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부와 군 당국에 대해서도 가족들은 분노를 토해 냈다. 사고 현장을 둘러 본 가족대표들은 “구조 초기부터 감압 챔버를 추가 투입하라고 군 측에 수차례 요구했다”며 “감압 챔버가 1대뿐인데 어떻게 구조가 원활했겠냐”며 한탄했다. 이들은 “함미에 밧줄을 하나밖에 연결할 수 없었던 이유 역시 감압 챔버가 1대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구조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실종자 가족 200여명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언론 보도에 불신을 나타내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던 일부 가족은 힘없이 눈물만 훔쳐냈다. 회견 내내 가족들은 고개를 숙인 채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밝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한 가족 역시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다른 가족에게 사탕을 나눠주던 박성균 하사의 형도 회견이 시작되자 고개를 파묻고 어깨를 들썩였다. 김동진 하사의 어머니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회견장에 머물러 있다 부축을 받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자리를 떴다.
평택=조국현 김수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