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선정수] ‘성과 뻥튀기’ 억지해명 급급한 대법원
입력 2010-03-31 21:34
대법원이 양형기준 성과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 알렸다는 본보 보도(31일자 9면)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 자료는 반성 대신 엉뚱한 해명으로 일관돼 있었다.
2008년과 지난해의 형량을 비교하는 분석 대상 자체가 달랐고, 그나마 보도자료는 실제 보고서 내용 중 일부만 의미를 부여해 강조했다는 것이 본보 보도의 요지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현행 분석 방식은 불가피하고, 평균형량이 상승했다는 보도자료는 사실에 부합한다”고 해명했다. 해명조차 사실과 다른 것이다.
우선 해명자료에서는 대법원이 틀린 통계를 인용해 성범죄의 형량 상승폭을 거론해가며 양형기준 성과를 홍보했던 것을 인정했다는 점을 찾을 수 없었다. “단일범죄로 비교 대상을 수정했더니 성폭력 범죄 형량 상승폭이 줄었다”는 내용뿐이었다.
해명자료는 또 “성범죄, 강도죄의 평균형량이 늘어났으므로 강력범죄의 평균형량이 상승했다는 보도자료 내용은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살인범죄에서 전체 형량이 줄어든 점은 감추고 일부 영역의 수치가 늘어났다는 점만을 보여준 사실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뇌물범죄에 있어서도 “전반적으로 평균형량이 상승했다는 보도자료 내용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해명했지만 이것 역시 사실과는 달랐다. 뇌물수수죄에선 전체 평균형량이 0.59년 줄었고, 뇌물공여죄는 2008년 분석대상 사건이 4건에 불과해 통계적 의미가 없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취재 과정에서 “보도자료에는 분명히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고, 심지어 해명자료가 만들어지던 시점에도 “통계와 보도자료 작성에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있다”고 거듭 밝혔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는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가 절실한 조직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해명자료에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내용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감추려는 듯한 인상만 보일 뿐이다.
선정수 사회부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