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연아, “다음 목표를… 어떻게 잡느냐가” 떨린 음성

입력 2010-03-31 19:26


산꼭대기에 오른 사람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는 다음 목표 설정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김연아(20·고려대)는 여전히 고민 중이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세계신기록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31일 귀국했다. 피겨 선수로서가 아닌 온전히 쉬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밴쿠버 올림픽 직후인 3월 초 짧은 귀국(1박2일) 때는 청와대 오찬 등 환영 행사에 참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연아는 인천공항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에 있는 동안에도) 한국에 그냥 가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김연아는 본인 진로에 대한 정리가 덜된 듯했다. 생각은 있는데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과 여자 피겨 사상 최초 그랜드슬램 달성 등) 산들을 넘은 지 얼마 안돼서 그 다음 산은 아직 생각을 안 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원하고자 했던 것들을 다 이뤘기 때문에 그 다음 목표를…(침묵), 어떻게 잡느냐가…(침묵), 문제인 거 같은데, 천천히 생각을 해보겠습니다”라고 했다. 김연아의 말끝이 가늘게 떨렸다. 침묵이 이어진 시간만큼 김연아의 생각도 복잡해 보였다.

본인 진로와 관련해 김연아는 몇 가지 흐름은 갖고 있었다. 우선 “5월 말이나 6월 초쯤 캐나다로 돌아갈 것 같다”고 밝혔다. 전지훈련지인 토론토로 가겠다는 말은 피겨 스케이트화를 신겠다는 뜻이다. 국가대표 선수든 아이스쇼에 나서는 프로든 당장 얼음 위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최소한 없어 보였다. 김연아는 “그동안 피겨를 하느라 중학교부터 학교생활을 거의 못한 것이 아쉬웠다”며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김연아는 이번주 특별한 일정 없이 휴식을 갖는다. 다음주부터는 밀린 광고 촬영, 후원업체 행사, 방송 출연, 16일 시작되는 국내 아이스쇼 준비로 다시 바빠진다. 인천공항을 떠나는 김연아 표정에서 당분간은 피겨 선수가 아닌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소담한 희망이 느껴졌다.

인천공항=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