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극비 ‘군사작전 내용’ 방송 중계하듯 공개 곤란”

입력 2010-04-01 01:06



군이 천안함의 행적과 침몰 전후 과정,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의혹을 풀 수 있는 열쇠로 떠오른 교신일지 공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교신일지는 천안함과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속초함 등 일대 함선과 평택 2함대사령부 사이에 오간 통신 내용으로 천안함의 이동 경로와 속초함의 사격 경위 등 군사작전에 관한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한 자료다.

이에 따라 교신일지가 전면 공개될 경우 침몰 직전 천안함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천안함이 왜 수심이 낮은 해역으로 들어갔는지, 속초함이 천안함 침몰 직후 구조 활동에 나서지 않고 새떼로 추정되는 물체를 향해 왜 76㎜ 함포를 발사했는지 등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은 교신일지가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군이 발췌한 내용 외에는 공개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교신일지 중) ‘이상 없나’ ‘이상 없습니다’와 같이 시간대별로 정황을 유추해볼 수 있는 내용으로 이를 정리해 설명하겠다”며 “(그러나) 군사기밀을 무한정 다 내놓으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세부적인 작전 상황이 담긴 교신일지를 중계방송하듯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간단한 정보의 대화 내용이라면 발췌를 해서 알려주는 것도 군의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게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정확한 것은 함미와 함수 부분을 끌어올리면 도대체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기밀사항 외에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된 내용을 모아봐야 별게 없고, 결국 선체를 인양해 살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란 취지로 해석된다. 사실상 공개불가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셈이다. 합참 관계자는 “교신일지가 빠짐없이 공개될 경우 북한을 포함한 적대국이 우리 함선의 이동 방식이나 경로, 함포 발사 과정 등에 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신일지에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알 수 있는 결정적 단서도 없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굳이 공개해서 군사기밀을 노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다만 교신일지 공개 반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경우 군이 전면 공개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상세한 부분까지 공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8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천안함 침몰 사고를 철저히 조사하고 한점 의혹 없이 공개할 것을 지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