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순간으로의 초대’… 두 거장, 건반 위에서 만나다

입력 2010-03-31 18:28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국내 무대에서 함께 피아노를 연주한다.

9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두 사람의 무대는 ‘역사적 순간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들의 음악적 흔적을 동시대 사람으로서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콘서트홀에서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들을 때 마다, 그녀의 음악을 접할 수 없는 콘서트홀 밖의 모든 사람을 동정하게 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연주를 듣는다는 것은 언제나 역사적 순간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아르헤리치는 다섯 살때부터 피아노 연주를 시작해 천재성을 드러냈고 1957년 부조니 국제 콩쿠르와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65년에는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해 연주력과 대중적인 인기를 지닌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의 반열에 올랐다. 바흐부터 메시앙에 이르는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보유한 아르헤리치는 1996년부터 벳부 아르헤리치 음악제 총 감독을 맡아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음악가들과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아르헤리치와 정명훈은 이날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한 대의 피아노에서 함께 연주한다. 헝가리 무곡은 관현악 곡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원레 네 손을 위한 피아노 곡(Piano for four hands)로 작곡된 곡이다. 관조와 고독으로 집시의 고달픈 삶을 노래한 브람스 헝가리 무곡 중 가장 인기 있는 2번, 4번 그리고 5번을 통해 두 거장은 집시 음악 특유의 자유분방한 매력을 펼쳐 보인다.

아르헤리치가 준비한 슈만의 a단조 피아노 협주곡도 주목할 만하다. 아르헤리치가 연주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투명하면서도 정교한 기교를 능란하게 결합해내는 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2001년 정명훈의 지휘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함께 연주했고 클라우스 텐슈테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리카르도 샤이 등 수많은 명 지휘자와 협연해 출시한 음반만 8개다.

이번 공연은 브람스와 슈만을 거쳐 차이코프스키 절창, 교향곡 6번 ‘비창’으로 마무리된다. 연주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맡는다(02-518-7343).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