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새 초등교과서 내용, “일왕은 神의 자손” 음악책엔 기미가요
입력 2010-03-31 18:28
일본 초등학교 학생들은 내년부터 두툼한 교과서에 파묻힌 채 학력 신장을 위한 무한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정부의 정책적 목표에 따른 애국심 강화 차원의 주입식 교육도 받아야 한다.
지난 10년간 지속된 유도리(여유) 교육이 결과적으로 학력 저하를 가져왔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일본 문부과학성은 30일 노선을 전면 수정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31일 “산수와 이과 교육 강화에 정성을 쏟았다” “일본의 전통적 요소가 도입됐다” 등으로 긍정적인 보도를 했다.
◇성적 향상에 전력투구=산수(수학)의 경우 난이도가 큰 문제들이 1∼2학년 밑의 교재에 포함되고 연습문제도 대폭 늘어났다. x(엑스)나 y(와이) 등을 이용한 문자식은 그동안 중학교에서 가르쳤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초등생도 이를 배워야 한다. 6학년용이었던 ‘정육면체나 직육면체의 체적을 구하는 공식’은 5학년 교재에 포함됐다. 2학년 산수에는 ‘두 자릿수×한 자릿수’ ‘두 자릿수×두 자릿수’ 곱셈 문제까지 추가됐다.
이과 교육에서도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대부분 교과서가 문제해결 능력을 중시하는 학습을 도입했다. 논리적 답변이나 생각을 유도하기 위해 ‘왜냐하면’ ‘만일∼라면’ 등을 제시하는 코너를 다수 도입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학생평가(PISA)에서 자국 학생들의 성적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자 충격을 감추지 못했었다.
◇국가관 재정립 위해 심혈=어린 시절부터 애국심 고양을 위한 교육이 관련 과목 교재에 강하게 반영됐다. 6학년용 새 사회 교과서 5종엔 일제히 ‘일왕은 신의 자손’임을 주장하는 신화를 실었다. “이것은 신화로, 모두 진실인 것은 아니다”라는 주석이 달렸다. 하지만 ‘신의 자손이 일왕이 돼 국가를 통일해 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왕도 국민의 일원’임을 강조하면서 금기시해 왔던 ‘신의 자손설(說)’을 부활시킨 것이다. 일왕의 치세가 영원히 이어지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국가 ‘기미가요’도 모든 음악 교과서에 실렸다. 전쟁 당시 자국의 피해를 부각시키는 사례도 늘었다.
특히 일부 교과서는 1944년 미군의 어뢰 공격으로 쓰시마(對馬)호가 격침돼 아동 등 1000여명이 희생됐다는 등의 ‘미군의 가해’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