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뺨치는 佛 은행강도… 지하서 터널 뚫고 침입 금고 200여개 털어

입력 2010-03-31 21:20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지난 주말 밤 3인조 은행 강도가 고객이 맡긴 200여개 금고를 강탈한 뒤 유유히 사라진 사건이 발생했다. 강도들은 영화처럼 콘크리트 벽을 뚫고 은행 지하 금고에 침입해 금고를 털었다.

오페라가(街) 크레디리요네은행(LCL) 지점에 침입한 강도들이 소비한 시간은 8∼9시간이었고, 손발이 묶인 은행 경비원은 꼼짝없이

범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확한 피해액은 추산되지 않고 있다.

경비원은 지난달 27일 밤 야근을 하던 중 지하에서 이상한 소음을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3인조 강도에게 가볍게 제압당했다. 강도들은 옆 건물 통풍관을 타고 은행의 지하바닥을 뚫고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도들은 이어 또 드릴을 이용해 벽을 뚫고 금고 방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80㎝나 되는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뚫은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현지 TV가 비춰준 구멍은 성인 1명 정도가 지날 수 있는 크기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일요일인 다음날 아침 7시가 돼서야 모든 작업을 끝낸 이들은 증거 인멸을 위해 금고 방에 불을 지르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현장에는 물이 흥건했고, 검게 그을린 드릴, 압축기, 절삭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현지 언론은 이 사건이 1976년의 일명 ‘스파지아리’ 사건을 연상시킨다며 대서특필했다. 스파지아리라는 강도 두목은 부하 12명과 함께 니스의 소시에테제네랄 은행 지하에 터널을 뚫고 침입해 금고 337개에 보관된 2400만 유로어치의 금품을 털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