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부정입학 ‘봐주기 징계’
입력 2010-03-31 18:23
자율형사립고 부정 입학 사태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와 시교육청 관계자 등 239명을 징계 또는 행정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징계(파면·해임·정직) 대상자는 11명에 불과하고 전체의 95.4%에 달하는 228명에 대해서는 경징계(감봉·견책)나 행정조치(경고·주의)만 내리기로 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은 31일 이 같은 내용의 ‘자율형사립고 사회적배려대상자(학교장 추천)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2010학년도 자율고 입시에서 상당수 중학교와 자율고가 학교장 추천서만 있으면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을 통해 합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3일부터 조사를 벌여왔다.
시교육청은 특별조사를 통해 중학교 45곳에 근무하는 180명에 대해서는 학교장 추천권을 부적정하게 사용한 점을, 자율고 관계자 55명에 대해서는 입학전형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징계하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 4명에 대해서도 지도·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해 징계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저소득층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자녀 등 9명이 해당 전형을 통해 자율고에 합격한 사례를 추가로 확인했다. 시교육청은 이들 학생의 가정형편이 어렵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일반계고로 강제 전학시킬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율고 징계 대상자의 경우 학교 재단이 여는 징계위를 통해 징계를 받게 된다”며 “자율고가 교육당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지는 않지만 재단이 운영하는 중학교 등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만큼 시교육청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징계 대상자 중 205명(85.8%)에 대해서는 감봉이나 견책 수준에도 못 미치는 행정조치만 내리기로 해 교육계 특유의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의 ‘교육공무원 평정업무 처리요령’에 따르면 행정조치는 경징계보다 낮은 단계이다. 근무성적평정(근평)에서 약간의 불이익만 받을 뿐이다. 특히 주의는 2회 이상 받지 않을 경우 근평에서 참고자료로만 활용된다. 이번 특별조사를 통해 주의 조치를 받은 인원은 78명(32.6%)이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승현 정책실장은 “계층별 교육 격차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전형을 일선 학교장 등이 고의적으로 악용한 것이 명백한데도 지나치게 가벼운 징계가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엄민용 대변인은 “자율고 같은 사립학교의 경우 교육당국이 지시를 해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 징계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입학이 취소돼 인근학교로 강제배정됐던 133명 중 일부가 충분한 소명기회도 없이 합격이 취소됐다고 항의한 것에 대해 합격 취소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