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듣고 싶은 거짓말
입력 2010-03-31 18:10
우인절(愚人節), 야유절(揶揄節), 4월의 바보, 4월의 물고기 등으로 불리는 오늘. 만우절이다. 거짓말이 용인된 날이다. 물론 악의적인 건 안 된다.
유래가 확실치 않아 여러 설이 분분하다. 우선 1564년 프랑스왕 샤를 9세가 그레고리력(양력)을 처음 적용한 것과 관계가 있다. 이전까지 설날로 지키던 4월 1일을 기념해 친구들에게 농조로 거짓 새해인사를 했던 게 계기라는 설이다.
조금 다른 버전. 샤를 9세가 새 역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백성들이 4월 1일을 재밋거리로 만든 것에 분개해 이에 연루된 이들을 처형했다. 이 비극을 기억하기 위해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1572년 성(聖) 바르톨로메오 축일에 신교도를 대량 학살했던 샤를 9세의 포악함을 볼 때 이게 더 그럴듯하다.
춘분 관련설도 있다. 본격적인 농번기 직전에 하루 정도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거짓을 말하고 야유를 보내는 등 함께 바보짓을 하면서 긴장을 풀어보자는 뜻이라는 것이다.
만우절이 빡빡한 일상에서 하루쯤 바람을 빼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이슬람권을 제외하곤 세계적인 풍습이 됐다. 사실 전달이 사명인 언론매체까지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엔 다행인지 아직 이런 기사는 없었다. 그런데 평소 농담을 잘 하지 않는 일본에선 신문에 그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우선 아사히신문의 1997년 만우절 기사다. 요약하면 이렇다.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기계가 개발됐다. …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가 주요 정치인들에게 시험해 본 결과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가 전혀 없어 기계사용을 못하도록 했다.”
또 99년 만우절, 아사히신문 정치면 머리기사. “…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역량 있는 일본 정치가가 없어 긴급대책으로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미키 켄터 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을 각료로 영입한다. 이들 약력은 … .” 두 기사의 공통점은 기사말미에 쓰인 ‘1일은 만우절’.
최근 취업포털 스카우트가 직장인 930명을 대상으로 만우절 때 회사로부터 듣고 싶은 거짓말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7.6%가 ‘특별보너스 지급 소식’을 꼽았다. 그 외 ‘주4일 근무제’ 16.1%, ‘출퇴근시간 자유화’ 9.6% 등. 허투루 들을 게 아니다. 듣고 싶은 거짓말 속에 응답자의 바람이 담겼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듣고 싶은 거짓말은 무엇일까. “이번 천안함 침몰은 전부 뻥이었습니다.” 마음이 정말 많이 아프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