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 북한을 피해가려 하나
입력 2010-03-31 18:07
천안함의 함체를 인양하지 못한 현 단계에서 침몰 원인으로 가장 의심이 가는 것은 북한의 관련성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사고는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해역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11월 10일 대청해전에서 우리 해군은 북한 해군 함정을 반파했다. 북한은 그 직후 “서해에는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 군사분계선만이 있다. 지금부터 그것을 지키기 위한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서해에서 큰일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었다. 천안함 침몰 사고가 바로 큰일일 개연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확실한 증거 없이 북한의 소행으로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초기단계부터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북한 관련 가능성을 배제하거나 낮춰 보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일례로 국회 국방위원장인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은 “과거에 우리가 뿌려놓은 기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 육군 참모총장 출신인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의 발언은 한술 더 뜬다. 국방위에서 “병사가 폭탄을 갖다 놓고 장난을 치지 않았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추궁했는가 하면 “불만이 쌓인 내부자”의 소행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초기부터 “예단은 금물”임을 강조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섣부르게 예단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야말로 ‘북한의 소행으로 판명되면 복잡해진다’는 예단에서 나온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늦게나마 이 대통령이 북한의 개입증거가 나오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정부 내에서 북한을 피해 가려는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
군은 사고 초기부터 북한의 기습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속초함이 수상한 이동 물체를 향해 함포 사격을 한 것도 그 방증이다. 사고 해역에서 멀지 않은 북한 잠수함 기지에서 사고를 전후해 잠수정이 출몰했던 사실도 정찰위성 사진으로 확인됐다. 천안함의 선체 한가운데가 절단되다시피 분리된 것은 정조준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러 정황은 북을 가리키고 있다. 확증이 나올 때까지는 판단을 유보해야 하겠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비해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