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가면 특별교육기관 ‘아릴락(아시아언어문화연구소)’이 있다
입력 2010-03-31 21:10
자기 말 성경 없는 2500여 부족 위한 전문 성경번역 교육
경북 포항에 가면 아주 특별한 교육기관이 있다. 한동대학교 내에 있는 아릴락(Asia Research Institute of Language and Culture·아시아언어문화연구소)이 바로 그것. 아릴락은 자기 말 성경이 없는 2500여 부족을 위해 성경 번역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다. 쉽게 말해 성경 번역 일꾼을 키우는 양성소인 셈이다.
그렇다고 비학위 과정도 아니다. 졸업자에겐 응용언어번역학 석사학위(M.A.)가 수여된다. 성경 번역을 위한 통번역 대학원이라고 보면 된다. 경쟁률은 2대 1 수준이다. 전 과목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토플(PBT) 점수가 최소 550점 이상 돼야 한다(CBT는 213점, TEPS는 650점 이상). 개인 후원자와 사랑의교회 시드니새순교회 워싱톤중앙장로교회 북경21세기교회 등이 낸 후원금으로 학비의 30∼45%를 지원한다. 수업은 언어학, 음성학, 음운론, 문화인류학, 신약성경 헬라어 담화분석, 구약성경 히브리어 담화론 등 전문 강의가 진행된다.
아릴락에서 학술·행정을 맡고 있는 김효성 선교사는 “짧은 시간 내에 한국 선교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 선교사들이 한국말 번역 성경을 갖고 입국했기 때문”이라면서 “선교 현지의 생생한 경험을 갖고 있는 교수진이 성경 번역 선교사로 키우기 위해 집중적으로 언어학과 성경원어, 번역이론 등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김 선교사는 “2년간 55학점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성경 번역과 선교에 대한 소명이 분명해야 한다”면서 “졸업생들은 언어학적 수준이 높기 때문에 선교 현지에서 번역 전문가로 인정받는다”고 귀띔했다.
3학기째 수업을 받고 있는 성경번역선교회(GBT) 임인규(36) 선교사는 “국제적 감각을 익히면서 성경 번역 훈련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아릴락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성경 번역자에겐 필수 코스며, 성경을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관점까지 제시한다”고 말했다.
아릴락은 파푸아뉴기니의 메께오 종족 성경을 번역했던 정제순 선교사 등이 사랑의교회의 도움을 받아 2005년 설립했으며, 국제언어학연구소(SIL)와 GBT 훈련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3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인도네시아 튀니지 베트남 파푸아뉴기니 등 8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브룬디 캄보디아 몽골 중국 등에서 온 7명의 해외 학생을 포함, 28명이 수업 받고 있다. 1년 과정도 있는데 SIL 명의의 수료증이 발급된다(아릴락.kr·054-260-1706).
포항=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